‘스카우트 자제 담합’ 들킨 애플·구글 등 거액 배상

‘스카우트 자제 담합’ 들킨 애플·구글 등 거액 배상

입력 2014-04-25 00:00
수정 2014-04-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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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등 6만4천명에게 합의금 3억4천400만 달러 이상

애플, 구글, 인텔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 인력 스카우트를 자제하자고 담합한 혐의로 집단소송에 걸렸다가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들에서 일하던 엔지니어·디자이너 등 기술분야 인력 수만명이 집단소송 합의에 따른 배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하이테크 피고용인 반독점 집단소송’의 피고들이 합의금을 내놓는 조건으로 원고 측이 소송을 취하하는 데 동의했다.

합의금 액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로이터는 익명 취재원을 인용해 피고 기업 7개 중 애플, 구글, 인텔, 어도비 등 4개가 내놓은 합의금이 3억2천400만 달러(3천370억원)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피고 기업 중 픽사와 루카스필름은 집단소송 합의금으로 900만 달러(93억6천만원)를, 인튜이트는 1천100만 달러(114억원)를 각각 내놓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즉 로이터가 보도한 합의금 액수가 맞다면 이번 집단소송 취하 합의금 총액은 3억4천400만 달러(3천560억원) 이상이다.

이번 소송의 원고는 이 업체들에 2005년 초부터 2009년 말까지 근무했던 기술 분야 피고용인들이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하드웨어 엔지니어, 부품 설계자,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제품 개발자, 유저 인터페이스 설계자, 품질 분석 담당자, 연구개발 담당자, 애니메이터, IT 전문가, 시스템 엔지니어, 그래픽 아티스트 등 기술·창작 분야 근로자 약 6만4천명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합의에 만족하지 않는 이들은 정해진 기한까지 절차를 밟아 별도 소송을 내서 더 큰 액수의 손해배상을 받으려고 시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당초 법원은 이 재판의 배심원 선정을 다음 달 27일 시작해 재판을 진행한 뒤 7월 9일부터 최후변론을 들을 계획이었다.

집단소송의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자그마치 약 30억 달러(3조1천200억원)였으며 반독점법에 따라 징벌적 배상이 이뤄지면 배상액이 90억 달러(9조3천600억원)를 넘는 것도 이론상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번에 합의로 종결되는 집단 민사소송은 지난 2010년 미국 법무부가 이 회사들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진행됐던 것이다.

당시 법무부의 기소 내용에 따르면 이 회사들은 서로 ‘콜드 콜’(cold call)을 하지 않기로 담합함으로써 반독점법을 위반했다.

’콜드 콜’이란 특정 근로자가 이직 의사를 밝히고 접촉해 오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편 회사가 먼저 이 근로자를 접촉해 스카우트를 제안하는 것을 뜻한다.

이후 이 회사들은 법무부와 합의하고 콜드 콜을 포함한 어떤 수단으로도 피고용인의 이직을 막으려고 시도하거나 기업간 인력 확보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행위를 아예 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다만 당시 형사재판 합의에는 불법 담합행위 피해자인 근로자에 대한 배상 조항이 들어 있지 않았고, 손해배상을 위한 민사 소송은 별도로 진행되다가 이번에 합의로 마무리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연구개발 인력의 이직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 자체가 공정경쟁을 해치는 불법 행위라고 보는 미국 실리콘 밸리 지역의 분위기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이는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들이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경업금지 약정’이나 ‘동종업체 취업금지 서약’ 등을 받는 방식으로 연구·개발 인력의 이직을 제한하고 ‘몸값’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관행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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