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볼라 사망 환자 가족, 병원 치료에 의혹 제기

미국 에볼라 사망 환자 가족, 병원 치료에 의혹 제기

입력 2014-10-10 00:00
수정 2014-10-10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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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생존자 수혈 치료 전무·실험 약물 뒤늦게 투여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 환자로 8일(현지시간) 격리 치료 중 사망한 토머스 에릭 던컨의 가족과 지인들이 의료진의 치료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진료 기록 공개를 요청했다.

이들의 불만은 라이베리아 출신으로 흑인 남성인 던컨이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감염 후 미국으로 이송돼 격리 치료를 받은 다른 미국인 환자처럼 동등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댈러스 카운티의 유력 정치인이 던컨의 치료를 두고 인종과 빈부 문제에 따른 차별을 정면으로 거론한 터라 던컨의 사망을 둘러싼 의료진의 치료 과정은 당분간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던컨의 사망과 관련해 CNN 방송을 비롯한 미국 언론이 9일 전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크게 두 가지다.

던컨이 에볼라 감염 후 생존한 사람의 혈청을 주입하는 치료를 왜 받지 못했는지, 실험 약물 ‘브린시도포비르’를 왜 늦게 투여했는지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이 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에볼라 생존자의 혈액을 수혈하는 방법은 치료에 상당한 효과를 봤다.

서아프리카에서 의료 봉사 중 에볼라에 감염돼 미국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살아난 켄트 브랜틀리 박사는 실험 약물인 ‘지맵’을 투여받기 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서 살아남은 소년의 혈액을 수혈했다.

에볼라를 이겨낸 혈액을 투여하면 면역력이 생기리라는 믿음에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방법이 에볼라 퇴치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나 미국 의료진 역시 지맵의 효능과 함께 에볼라 생존 소년의 혈액이 브랜틀리 박사의 기적적인 소생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브랜틀리 박사는 퇴원 후 자신과 비슷한 처지로 미국으로 건너온 릭 새크라 박사에게 자신의 혈액을 제공했고, 새크라 박사 역시 완치 판정을 받았다.

네브래스카 메디컬센터는 서아프리카 취재 중 에볼라에 감염된 NBC 방송 카메라맨인 아쇼카 묵포에게 브랜틀리 박사의 피를 투여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생존자 혈액 치료가 생명을 구할 방법으로 부각하고 있음에도 던컨을 치료한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은 한 번도 이를 시행했다는 발표를 하지 않았다.

혈액형이 맞지 않았는지, 수혈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의료진이 진료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지난달 28일 던컨이 병원에 입원한 뒤 30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닷새 후인 4일에서야 실험 약물을 투입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

의료진은 ‘지맵’이 동나면서 임상시험 중인 4일 브린시도포비르를 투여했고 7일에도 계속 주입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던컨은 병세 악화로 8일 오전 사망했다.

던컨은 브린시도포비르를 주입 받은 첫 환자다.

이 약물의 효능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긴 하나 의료진이 과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신속하게 던컨을 살리려 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댈러스 카운티 판사와 함께 카운티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카운티 법원’을 구성하는 4명 가운데 한 명인 존 와일리 프라이스는 7일 던컨의 치료 불평등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던컨을 최초로 치료한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이 항생제만 처방하고 그를 귀가시킨 이유가 흑인인데다 의료 보험도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며 병원 측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국 사회의 해묵은 난제인 인종과 빈부에 기반을 둔 차별이 에볼라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병원 측은 의료진의 오진을 인정하면서도 던컨을 다른 환자와 똑같이 대우했다고 해명했지만 던컨의 입원 후 격리 치료 과정에 대한 의혹이 더해지면서 막다른 골목에 몰린 모양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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