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라사열 바이러스 등으로 2차례 오진”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0일(현지시각) 서아프리카에서 6천3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에볼라가 발생했을 당시 WHO의 대응이 늦었다는 점을 인정했다.챈 사무총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WHO를 포함해 전 세계가 우리들 눈앞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는 게 맞다”며 “에볼라 같은 오래된 질병에 대한 우리의 대응조치는 늦었다. 우리 모두가 (에볼라가 끼칠) 사회, 문화, 경제적 영향을 뒤늦게 알았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WHO는 에볼라 초기 대응을 잘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조직이 과도하게 관료화돼 있거나 정치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세계적 보건 위기 상황에 재빨리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첸 총장은 에볼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시에라리온, 기니, 라이베리아 3개국 보건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고위급 회의를 스위스 제네바에서 소집했다. 초기대응 실수 인정 발언은 회의의 모두 연설에서 나온 것이다.
에볼라 발생 초기 단계에서 그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인식하고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이 에볼라의 세계적 확산과 많은 사망자 발생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첸 총장은 지난해 12월 기니에서 한 어린 소년이 사망하고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됐을 때 처음에는 콜레라, 나중에는 라사열 바이러스로 두 차례 오진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3월 21일에서야 최종적으로 에볼라로 판정했을 때는 이미 “깊이 뿌리를 내린 뒤였다”며 “잘 가동되는 보건체계가 없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진행된 이번 회의에는 3국의 재무·보건 장관, 기부자, NGO 대표가 참석해 이들 국가의 보건체계를 강화할 ‘실질적인 조치’를 협의했다.
에볼라 사태 발생 전 이들 3개국에서는 10만명당 의사 수가 1~2명에 불과했으며 특히 보건 인력 600여명이 에볼라에 감염되면서 숫자는 더욱 줄어들었다고 첸 총장은 설명했다.
또 말라리아 치료, 예방과 출산 지원 등도 여러 지역에서 점차 중단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첸 총장은 의사 수를 늘리고 의료기기 보급, 전기·수도 공급을 원활히 하도록 해야 한다고 회의 참석자들에게 촉구하면서 서방 의약품과 의료진에 대한 불신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현지 주술사에 대해 더 세심하게 예의를 갖추는 것을 제의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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