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묘한 시기에 에어버스 15대 도입 ‘미스터리’

이란, 미묘한 시기에 에어버스 15대 도입 ‘미스터리’

입력 2015-05-12 08:11
수정 2015-05-1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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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과 이달 9일 수입…도입경로·목적 주목

이란 민간 항공사가 2월 말과 이달 9일 두 차례에 걸쳐 에어버스 중고 여객기 15대를 들여온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도입 경로 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항공기는 민항기더라도 군수용으로 전환될 수 있는 탓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표적인 대(對)이란 경제 제재 품목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996년부터 일찌감치 이란·리비아 제재법(ILSA·일명 다마토법)으로 이란과 항공기 거래를 막았다.

이러다 보니 이란 항공사가 보유한 여객·항공기의 기령은 20년 이상으로 낡은 탓에 잦은 고장과 사고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2013년 11월 이란 핵협상이 일부 타결되면서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항공기 사고를 막기 위해 부품에 대한 제재는 일시적으로 풀렸지만 완제품은 여전히 제재 대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공개적으로 대규모 에어버스 여객기 도입을 공개하자 어떻게 제재의 감시망을 뚫었을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서방 보안 소식통을 인용, 이달 9일 에어버스 여객기 9대를 들여 온 이란 제2항공사 마한항공이 이라크 회사를 고리로 제재를 피해 사실상 위장 수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의 소형 항공사 알나세르 항공이 중고 에어버스 여객기를 구매했고 수개월간 이라크에서 이를 격납하고 있다가 9일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과 메흐라바드 공항 두 곳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약 3억달러로 추정되는 구입 자금은 걸프 지역 여러 회사를 통해 알나세르항공에 입금됐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마한항공과 알나세르 항공은 이를 모두 부인했다.

이번 여객기 도입에 대한 논쟁이 더욱 뜨거워진 것은 미묘한 시기 때문이다.

대이란 경제 제재가 모두 해제될 수도 있는 핵협상 시한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굳이 이란이 서둘러 뒤탈이 날 수 있는 항공기 도입을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게다가 지난달 말 이란은 예멘에 인도적 지원을 한다며 긴급 구호품을 실었다고 주장하는 민항기를 예멘 수도 사나에 2차례 보냈다가 사우디아라비아 전투기의 제지로 회항했다.

사우디가 이 민항기에 구호품이 아닌 예멘 시아파 반군에 전달될 무기가 실렸다고 의심한 탓이다.

공교롭게 회항한 이란 민항기가 이번에 에어버스 여객기를 들여 온 마한항공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마한항공이 대량으로 도입한 여객기가 예멘 반군을 지원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FT는 마한항공이 이란 강경 보수세력의 핵심인 이란혁명군과 연관됐다는 의심을 사면서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궁금증은 이란 ISNA통신이 국제적인 논란이 될 여객기 도입을 이 시점에서 굳이 보도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점이다.

이는 이란 핵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대이란 경제 제재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이란의 일관된 주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렇지만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중도성향의 ISNA통신이 이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마한항공과 가까운 보수세력을 간접적으로 견제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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