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美 금리 인상 영향은…”1994년에는 악몽이었다”

과거 美 금리 인상 영향은…”1994년에는 악몽이었다”

입력 2015-06-08 07:35
수정 2015-06-0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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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신호 여부 중요, 신흥국 부채·채권 재투자 등은 변수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미리 반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진 것은 하반기에 유력한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을 미리 흡수한다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국이 장기간의 저금리에서 벗어나 금리 인상으로 돌아섰을 때 사전 인지 여부에 따라 시장이 받은 충격 정도가 판이했다.

시장이 사전 신호를 받아 금리 인상 후 연착륙한 2004년 시나리오가 이번 긴축 과정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8일 국제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으로 오랜 저금리 시대를 벗어난 대표적인 시기는 1994년과 2004년이 꼽힌다.

1990년 1월 8.25%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1992년 9월 3%까지 떨어졌고 이후 1994년 1월까지 3%를 유지했다.

1994년 2월 연준은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인상했다. 이후 미국 기준금리는 6차례 더 올라 불과 1년 만에 6.0%까지 치솟았다.

1년 만에 3%포인트 오른 상승폭도 문제였지만 한 차례 최대 0.75%포인트까지 상승한 인상 속도도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예고 없는 금리 인상에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대학살(Bloodbath)’이라 불리는 채권가격 폭락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99년 1월 말 5.7%에서 그해 연말 7.8%로 2.1%포인트 급등했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의 주식도 폭락했다. 멕시코는 결국 ‘테킬라 위기’로 알려진 외환위기를 맞아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반면, 2004년의 금리 인상은 10년 전과 달랐다.

미국 기준금리는 그해 6월(1.0%)부터 2006년 6월(5.25%)까지 2년간 4%포인트 이상 올라갔다.

연준은 한 번에 0.25%포인트씩 17차례로 나눠 기준금리를 인상해 시장에 주는 충격을 줄였다.

금리 인상 폭은 1994년과 비슷했지만 시장이 받은 충격은 확연히 달랐다. 당시 MSCI 신흥시장 지수는 금리 인상 기간 400대 초반에서 700~800대까지 올랐다.

한국 주가도 인상 초기에 조정을 받았지만 이내 회복해 상승 흐름으로 전환했다.

시장이 금리 인상의 충격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사전에 신호를 충분히 받았기 때문이었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은 ‘1994년 대학살’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금리 인상 전에 시장에 꾸준히 신호를 보내면서 인상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을 줬다.

현재 ‘옐런호’는 1994년이 아닌 2004년의 항로를 따르고 있다.

시장과의 소통 여부가 커다란 차이를 낳는다는 사실을 연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옐런 의장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과거 그린스펀 의장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에 신호를 보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적절한 사전 안내를 통해 시장과 충분히 소통한다는 것이 1994년과의 차이점”이라며 “연준은 시장에 충분한 신호를 보낼 것이고 시장은 금리 인상을 서서히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4년 대학살이 재현될 가능성은 작지만 낙관은 아직 금물이다.

2004년 연착륙의 배경이 된 미국과 중국의 경기 활황을 지금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양적 완화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에 신흥국들의 부채가 급속히 늘어난 것도 불안요인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미국의 만기 채권 재투자 여부도 변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16년 1월까지는 만기 도래 규모가 작아 재투자 중단 여부가 큰 의미가 있지 않지만 2016년 2월부터는 만기 규모가 빠르게 증가한다. 내년 전체적으로 2천33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김승현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우려보다 느린 속도의 미국 금리 인상에 금융시장이 안도할 수 있지만 채권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며 “채권 재투자 중단은 시장이 고려하지 않는 변수이고 달러 유동성이 축소로 바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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