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대통령 中 방문에 촉각
터키의 강력한 통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기업인 100여명과 함께 베이징에 도착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틀간 머물며 양국의 갈등 현안인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이슬람교도 문제와 경제 협력 등을 논의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방중에 촉각을 곤두세운 곳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시 주석이 미국과 유럽의 군사협력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미사일 방어망에 일대 혼란을 일으킬 협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2013년 자국의 장거리 방공 시스템으로 중국의 ‘훙치(紅旗·HQ)-9’을 34억 달러에 도입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훙치는 무게 1300㎏, 길이 6.51m, 최대 사정거리 200㎞, 최대 사정높이 30㎞, 최대 속도 마하 4.2를 자랑하는 ‘중국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다. 그러나 다른 나토 회원국들은 훙치-9 도입을 극구 반대했다. 나토의 미사일 방어망과 호환하려면 나토의 미사일 정보를 중국에 고스란히 제공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논리였다. 결국 터키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했는데, 이번에 다시 훙치-9 도입을 논의한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출국 직전 기자회견에서 “약간의 문제로 도입이 지체됐지만 우리는 훙치-9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이라면서 “도입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중국 측의 여러 제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혜택을 주면 최종적으로 도입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터키는 그동안 EU 가입을 외교의 핵심 과제로 삼고 EU 집행위원회와 협상을 벌여왔지만,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특히 이번에 그리스의 경제 위기를 보면서 EU 가입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절감했다.EU와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터키가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5-07-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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