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2면 할애해 ‘역사갈등’ 한·중·일 시각차 정밀 분석
한국과 중국,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똑같이 겪은 역사를 제각각 다르게 해석한다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과 배경 등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자세히 보도했다.FT는 12일 자에 ‘민족주의 경쟁 부추기는 역사’라는 제목으로 두 면을 할애해 역사 왜곡 또는 과장의 구체적인 사례와 그에 대한 제각각 다른 해석, 배경 등을 소개했다.
◇중국 “사과하기는 커녕 역사 왜곡하는 일본 이길 것”
천안문 광장의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부흥의 길’이라는 제목의 전시회에서는 ‘모욕의 세기’라는 소제목으로 1839년 1차 아편전쟁부터 1937년 난징학살까지 미성년자가 봐선 안 될 장면까지 포함해 과거를 낱낱이 공개한다.
FT는 “일본은 사과하기는 커녕, 역사를 왜곡한다”며 “우리는 계속 나아가 일본을 능가할 것”이라는 13세 학생의 발언과 “일본 마귀들이 최악”이라고 중년 남성이 딸에게 하는 말로 중국인의 정서를 전했다.
하지만, 공산당만이 역사 해석을 독점한다는 점에서 중국이 정정당당한 것만은 아니라고 FT는 꼬집었다.
반체제 역사학자인 장리판은 “국민이 집결할 수 있도록 침략이 임박한 듯한 가상의 적이 공산당에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한국 “과거 잘못 재확인하고 뉘우쳐야”
한국 정부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아베 총리의 담화가 “과거 잘못을 ‘애매하지 않고 확실히’ 재확인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94년 당시 무라야마(村山) 일본 총리가 확실히 사과했음에도 문제는 총리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계속 참배한다는 데 있다고 프라센지트 두아라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지적했다.
FT는 한국이 19세기 말 강대국의 침략에 이어 지배를 받은 ‘아시아의 폴란드’ 같았다고 소개한 다음 한국과 중국은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각각 설립하면서 일본 정부를 자극한다고 전했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살해가 정당화되는 것은 이토의 범죄 중 ‘교과서 소각’도 들어 있기 때문이라며 FT는 역사 해석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일본 “증조 할아버지 때 잘못에 기죽을 수 없다”
중국과 한국의 그칠 줄 모르는 비난에 일본인들은 지겨워한다고 FT는 지적했다.
특히 젊은 일본 세대는 일본이 증조부 대의 잘못으로 계속 협박받아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
FT는 구체적 사례로 일본 야스쿠니 신사 부속 박물관은 관람자들에게 러일 전쟁 승리를 주목하도록 권유한다는 점을 꼽았다.
러일 전쟁 승리는 아시아 국가가 유럽 국가를 이긴 첫 번째 사례로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할 때 영감을 줬다고 박물관 측은 주장한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을 ‘서방 제국주의로부터 아시아를 해방하려는 장정’으로 규정한다고 FT는 소개했다.
또 많은 일본인은 전후 일본이 평화주의를 확립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자위대의 전쟁 참여를 허락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려는 데 반대 시위가 극렬하게 일어났던 점은 상당수 일본인이 평화주의를 신봉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FT는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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