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모범생 10대 소녀들은 왜 IS 조직원이 됐나

영국의 모범생 10대 소녀들은 왜 IS 조직원이 됐나

입력 2015-08-18 09:56
수정 2015-08-18 09:5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NYT “서구 무슬림 10대들의 사춘기 반항이 극단적 독실함으로 표출”

지난 2월 영국 런던 베스널그린 학교의 동급생인 10대 소녀 3명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하기 위해 나란히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입국했다.

앳된 얼굴의 소녀들이 태연한 표정으로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고 터키의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영상은 서구의 평범한 10대에 뻗친 IS의 영향력을 충격적으로 보여줬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IS에 합류한 샤미마 베이검(16), 카디자 술타나(15), 아미라 아바스(15)의 이야기를 재조명하며 IS가 어떻게 서구의 여성들을 매료시키는지를 분석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전략대화연구소에 따르면 지금까지 IS 합류를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로 간 서구 출신은 4천 명 가량으로 이 가운데 550명이 여성들이다.

대부분 10대나 20대 초반의 젊은 미혼 여성으로, 보통 남성 조직원보다 교육수준이 높고 학구적이다.

이들 3명의 영국 소녀들도 학교 성적이 좋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모두 인기가 많던 모범생들이었다.

그러나 서양에 사는 무슬림이던 이들은 남들과 조금 다른 사춘기를 겪었다.

NTY는 “이들은 10대의 반항이 극단적인 독실함으로 표현되는 세계에서 똑똑하고 인기 많은 아이들이었다”며 “이 세계에서는 이슬람이 펑크록이고, 머리 수건은 해방이었으며, 턱수염은 섹시함이었다”고 말했다.

9·11 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정체성 위기를 겪은 무슬림 10대들은 부모 세대가 갈망하던 서구의 자유와 기회를 증오하게 됐다는 것이다.

반(反)급진주의 활동가인 자흐라 카디르는 “요즘 무슬림 소녀들은 신앙심이 깊은 남자를 이상형으로 꼽는다. 최근 1∼2년새 새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IS는 이러한 소녀들의 욕구를 잘 파고들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익숙한 서구의 문화를 빌려 개개인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소녀 가족들의 변호사인 타스니메 아쿤지는 “이들의 세상에서 시리아로 가서 IS에 합류하는 것은 그들 운명의 주도권을 잡는 것을 의미한다”며 “모범생이던 이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대화연구소의 사샤 하브리세크는 이를 가리켜 “왜곡된 형태의 페미니즘”이라며 “소녀들에게 IS 합류는 자신들을 억압하는 부모와 서구사회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이들 세 소녀는 이후 각각 캐나다, 유럽, 호주 출신의 IS 조직원과 결혼했다.

이들은 산발적으로 가족들과 통화하며 전기나 물품 부족 등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런던을 떠난 데 대해 후회하는 기색은 없다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과자의 배달업계 취업제한 시행령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강력범죄자의 배달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강도 전과가 있는 한 배달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죄하며 살고 있는데 취업까지 제한 시키는 이런 시행령은 과한 ‘낙인’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이런 시행령은 과하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