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베이징·모스크바 대사 회견 자청평양 내에서도 외교관·외신 대상 선전 공세
북한이 대북 확성기 철거 요구 시한인 22일 오후 5시를 앞두고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최후통첩에 응하지 않으면 강력 대응하겠다”는 위협을 거듭했다.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안명훈 차석대사는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한국이 최후통첩 시한까지 대북 선전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강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강력한 대응’의 내용에 대한 질문에는 “강력한 군사 행동”이라고만 답했다.
안 차석대사는 “현재 한반도에서 조성된 긴장은 한국 정부와 한국군이 만든 것”이라고 시종일관 한국에 책임을 돌리며 “목함지뢰 폭발과 북한의 선제 포격은 사실이 아니며 한국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남한의 도발과 심리전 재개, 그리고 을지 합동훈련을 다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개최를 요구한 사실도 공개했다.
북한은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 지뢰 폭발은 남한이 조작한 것이며 ▲ 남한의 심리전 방송 재개는 기존 합의를 위반한 전쟁행위에 해당하고 ▲남한이 북한으로 포사격을 한 것은 전쟁도발행위라고 주장했다.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도 이날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남한이 48시간의) 최후통첩에 응하지 않으면 초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 면전에서 무모하게 벌어지는 남조선 괴뢰 군부 깡패의 정치·군사 도발은 한반도 정세를 위기일발의 폭발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 군대는 빈말을 할 줄 모른다”며 이같이 위협했다.
또 “대북 심리전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고 군대가 목숨을 걸고 지키는 사상과 이념 체제를 허물고 정권을 찬탈하려는 악랄한 군사적 도발이자 노골적 침략 전쟁”이라며 “이미 용인할 수 있는 한계선을 넘어섰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미 이 시각 조선인민군 부대들은 완전무장하고 언제든 작전이 가능한 전시 상태로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남 지뢰도발에 대해서는 “비무장지대에서 목함지뢰 매설이나 포 사격을 먼저 가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역시 “군사적 도발을 걸려는 적들의 자작극”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김현준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도 이날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한이 최후통첩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신속하고 거칠게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대사는 “남한이 대북 확성기를 통해 합법적인 북한 정부의 축출을 선동하고 있다”며 “남한이 심리전을 수행하는 모든 수단을 제거하지 않으면 거칠고 신속한 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양 내에서도 치열한 외교전에 나섰다.
김영철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겸 정찰총국장은 21일 평양 주재 외교사절과 외신 기자 등을 상대로 브리핑을 열고 “’북 포탄 발사’ 사건은 터무니 없는 모략이고 날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도 남한의 조작이라고 주장했으며, 이에 따른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침략전쟁행위’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도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 군대와 인민은 단순한 대응이나 보복이 아니라 우리 인민이 선택한 제도를 목숨으로 지키기 위해 전면전도 불사할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