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분쟁 볼모 되지 않겠다”…사실상 북한 도발 겨냥
중국 관영 언론이 북한이 내달초 예정된 중국의 전승절 행사를 방해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며 이에 강력 대응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24일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은 한반도 분쟁을 주시하되, 결코 볼모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이 중시하고 있는 열병식에 실질적으로 간섭하려 한다면 이런 악의적 태도를 중국으로선 전혀 무관심하게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환구시보는 “현재의 남북 긴장고조가 9월3일 중국의 열병식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며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킴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참가를 막으려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이나 한국의 어떤 세력, 또는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세력이 도박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의심하는 대상을 뚜렷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북한의 도발 행위를 지칭하고 중국 열병식 참석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을 함께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설은 특히 “만일 열병식이 어떤 형태로든 실질적인 간섭을 받고 외부에서 보기에 악의적인 부분이 있다면 중국은 무관심하게 이를 방치해둘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도박을 한 세력을 들춰내진 않겠지만 외부에서 충분히 이를 알 수 있을 방식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반도 긴장이 격화돼 박 대통령 참석이 어려워지는 등 열병식이 방해받는 수준에 이를 경우 북한에 대한 원조중단 같은 수단을 쓸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환구시보는 아울러 북한 외무성이 중국의 ‘자제 요청’을 거부했다는 해석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북한 외무성의 성명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국 언론은 보도했지만 중국과 북한의 대립 상황을 즐겨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특성에 비춰, 또 북한이 특정 국가를 언급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해석은 보류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남북한 모두의 자제를 요청한 중국 외교부의 성명에 대해 북한 외무성은 지난 21일 성명에서 “우리는 수십 년간을 자제할대로 자제하여왔다”며 “지금에 와서 그 누구의 그 어떤 자제 타령도 더는 정세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없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환구시보는 또 현재 판문점에서 이어지고 있는 남북 고위급회담을 속보로 전하며 고도의 관심을 표명했다.
신문은 남북 고위급회담이 23일 오후 3시30분 재개돼 ‘마라톤회담’을 벌이고 있다면서 회담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미뤄 쌍방의 의제가 지뢰 문제 뿐아니라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재개 등의 문제까지 확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이달초 발생한 지뢰폭발사건과 대포 공격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두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는 점을 부인하고 한국에 대북 심리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또 북한매체가 지난 22일 남측을 그동안 일관되게 지칭해온 ‘남조선 괴뢰’라는 표현대신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면서 ‘대한민국’ 호칭은 햇볕정책을 추진해온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 사용됐던 표현이라고 소개했다.
신화통신도 남북 고위급 회담을 주요 뉴스로 올려놓고 북측이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홍콩 봉황망도 북한이 남측을 ‘대한민국’이라고 부른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북한이 이런 표현을 쓴 것은 남측을 존중하고 현재의 긴장국면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봉황망은 이에 앞서 전날에는 한국 매체를 인용해 북한의 잠수함 수십 척이 기지를 이탈해 위치가 식별되지 않고 있다면서 남북간 긴장국면이 여전히 팽팽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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