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치 대통령’ 위한 개헌 촉구…4자 회동 앞둔 수치에 힘 실어줘
미얀마 민주화의 분수령이 될 아웅산 수치 여사와 군부의 내주 회동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다시 한번 미얀마에 개헌을 촉구하고 나섰다.국내에서의 지지뿐만 아니라 미국의 든든한 지지까지 등에 업은 수치 여사와 ‘친(親) 서방’ 성향인 수치 여사를 내세워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밀월 관계가 ‘미얀마의 봄’을 부를 동력이 될 지 주목된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우리는 버마(군사정권 집권 전 미얀마 국호)가 민주주의, 문민통치로 완전히 돌아가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난 수년간 얘기해왔다”고 말했다.
로즈 부보좌관은 “개헌 문제는 앞으로 미얀마의 지도자들과 국민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내정간섭 논란을 경계하면서도 군부에 의석 25%를 의무 할당하고, 수치 여사의 대통령직을 금지한 수정헌법 조항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군부가 선거와 무관하게 막강한 권력을 보장받고, 외국인 배우자와 자녀를 둔 수치 여사의 대통령 출마를 원천 봉쇄하는 현행 헌법이 수정돼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지난 9일 치러진 총선에서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족주의민족동맹(NLD)은 12일 밤 현재까지 상·하원 327석을 확보해, 단독 집권이 가능한 329석까지 불과 2석 만을 남겨둔 상태다.
개표 완료 이후 현 군부 집권세력 3인방과 평화적 정권 이양 방안과 개헌 논의 등을 위한 4자 회동을 갖기로 한 수치 여사는 미국 정부의 이 같은 ‘훈수’로 더욱 힘을 받게 됐다.
4자 회동의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이에 앞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오는 15일 각 정당들과 만나 총선 이후 상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현지 일간 미얀마타임스가 12일 전했다.
수치 여사는 총선 전후로 “대통령 위의 존재가 될 것”이라며 자신의 대통령 출마 불가를 기정사실화했고, “현행 헌법에서 좋은 부분은 유지할 것”이라며 군부에 어느 정도 유화적인 입장도 보여왔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면 개헌 의지를 좀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게 된다.
미국으로서는 그간 미국 정부와 좋은 관계를 맺어온 수치 여사를 내세워 미얀마에 성공적으로 민주화를 정착시킴으로서 동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속내가 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해 동남아에서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점한 미얀마에 친서방 정부가 들어서게 하면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과거에도 미국과 미얀마의 밀접한 외교 행보는 미얀마의 민주화와 경제 개방 과정에서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지난 2011년 12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한 후 서방 정상과 외교관의 방문이 잇따랐고 이듬해 4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NLD는 압승을 거뒀다. 미국 정부는 당시 선거가 미얀마 민주화를 향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해 11월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 현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이듬해 4월 유럽연합(EU)이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면서 미얀마의 경제 개방은 한층 가속화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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