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로 통했나?”…아베 “신뢰할 지도자”·트럼프 “우정 시작”

“골프로 통했나?”…아베 “신뢰할 지도자”·트럼프 “우정 시작”

입력 2016-11-18 13:29
수정 2016-11-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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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외교무대 데뷔”…전세계 관심 집중에도 회담내용은 ‘비공개’

“두 사람이 느긋하고 차분하게 흉금을 터놓고 솔직히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회동은 트럼프 당선인의 첫 외교무대 데뷔라는 점에서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여러 돌출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와의 이번 회동에서 그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정책,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주일미군 주둔경비 문제 등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 이들 문제가 어떤 식으로 논의됐는지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언급을 피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과 깊이 있는 논의를 하는 것은 버락 오바마 현 정권에 실례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고려해 구체적인 논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날 양측은 통상 언론에 공개하는 회담 시작에 앞서 이뤄지는 모두발언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일본 정부는 회담후 당국자에 의한 사후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대신 아베 총리는 “트럼프가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확신했다”, “함께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라는 등 트럼프 당선인을 치켜세우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회담 후 페이스북에 아베 총리와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올리고 “아베 신조 총리가 내 집을 찾아 위대한 우정을 시작하게 돼서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런 발언들로 볼 때 두 사람의 회동은 상당히 화기애애한 가운데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동맹은 신뢰가 없으면 기능하지 않는다”, “다시 만나서 더욱 깊은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고 밝히는 등 이번 회동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신뢰관계’의 시작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초 두 사람은 45분간 회담할 예정이었지만, 실제 회담은 1시간 30분간이나 이뤄졌다.

또 이날 회담은 양측 실무자간의 사전 의제 협의 등 조정 절차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 회담은 내년 1월 새 정부 발족 이전부터 양국 정상 간 강한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며 “매우 순조로운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회담에 대해 “트럼프 정권 출범을 앞두고 동맹관계의 행방에 대한 불투명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개인적 신뢰관계를 재빨리 구축함으로써 불안을 불식시키려는 것이 아베 총리의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회담 후 회견에서 ‘신뢰’라는 단어를 4차례 반복함으로써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받은 느낌을 숨기지 않았다”며 “외무성 간부도 ‘아베 총리와 트럼프는 마음이 맞는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골프클럽을 선물로 전달했고, 트럼프 당선인은 아베 총리에게 셔츠 등 골프용품을 건넸다.

트럼프 당선인은 골프광으로 유명하며, 아베 총리도 휴가 중에는 지인들과 골프 라운드를 즐기는 등 두 사람 모두 골프 애호가다. 일각에서는 골프라는 공통 취미가 두 사람의 개인적 신뢰관계 구축에 도움이 됐을 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두 사람이 모두 골프용품을 선물로 전달한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일본 정부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도 골프클럽을 선물로 줬었다.

이날 두 사람이 만난 뉴욕 트럼프 타워 주변에서는 방탄조끼와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펼쳤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두 사람이 만난 곳은 트럼프 타워 내 최상층에 있는 트럼프 당선인 거주지였다.

일본 정부가 제공한 현장 사진에 따르면 만남이 이뤄진 곳의 가구와 천정은 금색으로 장식돼 있었다.

또 트럼프 당선인 옆에서는 장녀 이방카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모습도 보였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은 이번 회담을 소수만 참가하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회담에는 일본측에서는 통역만이 동행했을 뿐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도 자리를 함께하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는 차기 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유력시되는 마이클 플린(57) 전 국가정보국(DIA) 국장, 트럼프씨의 장녀 이방카 부부가 동석했다.

이날 두 사람의 회담에 미국 언론은 물론 일본 언론도 대거 취재에 나서면서 트럼프 타워 안팎에는 100여명의 보도진이 몰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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