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엉망진창…트럼프 행정부, 北과의 대화에 준비 전무” 비판 WP “독재자에게 상줬다…北과 예비회담하고 美 기대치 명확히하라” WSJ “北, 과거처럼 행동하면 트럼프 빠져나와야”
미국의 주요 신문들은 9일(현지시간)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북미정상회담에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김정은(좌)과 트럼프(우)
5월 안에 북미정상회담을 가지기로 한 김정은(왼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중앙통신, AFP 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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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수십년 추진해온 북미정상회담을 트럼프 대통령이 ‘대가없이’ 받아들인 데 대해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과 협상하는 것은 옳지만, 계획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례 없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받아들이기로 갑자기 결정한 것은 이미 높아진 실패 확률을 더욱 높인다”고 말했다.
특히 “비핵화 검증수단 등 백악관이 필요조건으로 언급했던 (북한의 행동이) 전혀 맞교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재자에게 상(賞)을 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WP는 “북한이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믿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잘못 짚은 게 거의 틀림없다”며 “최근 관세폭탄처럼 많이 생각하지 않고 정상회담 제안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 몇 주 동안 북한과 예비회담을 하고 미국의 기대치를 북한에 명확히 전달하라고 제의하면서 “만약 북한이 핵·미사일실험 중단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려 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해온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걸음 물러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눈 감고 걸어가(walk blindly) 독재자와 대좌하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설에서 “놀라운 비핵화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미국과 세계 질서의 전략적 패배로 귀결될 수도 있다”라며 북미정상회담을 곳곳에 위험이 깔린 회담으로 규정했다.
WSJ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시킨다는 북한의 장기적 목표가 바뀌었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며 “김정은은 선친의 대본을 빌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WSJ은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되지 않은 협상 국면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진전시키는 것, 중국·러시아가 북한과의 무역재개 등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 등을 “이번 회담이 안고 있는 진짜 위험”이라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기 원하는 미국 내 외교관들의 주장으로 기울거나, ‘협상가’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실패 시 언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는 것도 이번 회담의 위험으로 꼽았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 협상 국면을 돌파하려 한다면, 김정은이 북한이과거에 해왔던 식으로 행동할 때 빠져나올(walk away) 준비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미북 협상을 주장해온 뉴욕타임스(NYT)도 ‘도널드 트럼프와 북한:엉망진창(What a Fine Mess)’이라는 제목의 사설로 졸속회담 가능성을 경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초청을 응낙한 갑작스러운 태도, 나아가 변덕스러운 대통령이 복잡한 국가안보 이슈에서 제대로 된 정보도, 준비도 없이 김정은의 테이블 맞은편에 앉는다는 사실은 걱정스럽다”고 썼다.
이 신문은 북한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과 당국자들이 면밀한 외교적 접근을 해온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제재 강화, 전쟁 대비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회담을 위해서는 사실상 준비가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NYT는 “드라마틱한 면에서라면 재능이 있는 두 지도자의 비전형적 회담은 대박을 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실패로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판사판 도박(high-stakes gamble)’이라고 묘사했다.
또 “북한은 수십 년에 걸쳐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추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런 대가 없이 여기에 동의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