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대통령 위협 등 5개 혐의 기소…내달 중간선거 앞두고 후폭풍 일듯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미 야권 핵심인사들을 겨냥한 폭발물 소포 사건의 용의자가 공화당원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로 알려져, 막판에 접어든 중간선거 판세에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부 소포에서 지문이 발견돼 덜미가 잡혔다.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법무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직 대통령 위협 등 5개 혐의로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50대 시저 세이약(Cesar Sayoc·56)을 체포, 구금했다고 발표했다.
세션스 장관은 세이약이 최대 48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 연방 검찰은 세이약을 즉각 기소했다고 밝혔다.
세션스 장관은 “우리는 이러한 무법, 특히 정치적인 폭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이약에 대해 “당파적인 인물로 보인다”고 말했으나, 민주당 주요인사와 트럼프 대통령 비판자를 표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미 언론은 세이약이 등록된 공화당원이라고 전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세이약은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한 개인들 앞으로 13개의 폭발물 장치가 든 소포를 각각 보냈다”고 말했다.
레이 국장은 용의자가 보낸 폭발물 소포는 ‘장난감’(hoax)이 아니며, 잠재적인(potential) 폭발성 물질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로 소포가 발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FBI는 파이프 형태의 폭발물을 담은 소포 가운데 일부가 플로리다주에서 발송된 것을 확인하고 수사력을 집중했다. 일부 소포에서 발견된 범인의 지문과 DNA가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경찰은 이날 플로리다주(州) 플랜테이션에 있는 자동차 수리점에서 그를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섬광탄이 사용됐으나 별다른 저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방송은 FBI 관계자를 인용해, 체포된 후 세이약은 수사에 협조적이었으며 “파이프 폭탄으로는 누군가를 해칠 수도 없고, 해칠 의도도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레이 국장은 “범인이 발송한 일부 소포에서 지문과 DNA를 채집했는데, 맥신 워터스 하원위원 앞으로 보낸 소포에서 나온 지문이 용의자의 지문과 일치했다”고 말했다. 또 용의자 휴대전화에서도 동일한 DNA가 확인됐다.
미 언론은 법무부의 공식 발표에 앞서 차창에 ‘트럼프 스티커’를 가득 부착한 흰색 승합차(밴)가 대형트럭에 견인돼 가는 장면을 전하며, 용의자 체포 소식을 보도했다.
수사당국은 공식 확인하지 않았으나, CNN은 용의자가 집에서 쫓겨나 이 승합차에서 생활했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극우 음모론을 인터넷에 올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페이스북 계정에서는 “조지 소르스를 죽여라”, “사회주의자를 모조리 죽여라” 등 이번 범행의 대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 등을 혐오하는 글이 다수 발견됐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세이약은 과거 1990년 초반부터 절도, 사기, 폭행, 마약 소지 등 혐의로 철창신세를 졌고, 특히 2002년 전력회사에 전화해 폭파 위협을 했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지난 22일 억만장자 소로스 회장의 자택 우편함에서 의심스러운 소포가 배달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폭발물 소포는 총 13개다.
범행 대상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코리 부커 상원의원,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 데비 워서먼 슐츠 하원의원 등 야권의 주요 정치인이 망라됐다.
또 존 브레넌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배우 로버트 드니로 등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비판에 앞장섰던 전임 정부 관료들과 배우도 범행 대상이 됐다.
민주당 고액 기부자로 억만장자인 톰 스테이어에게는 이날 용의자 체포 소식이 전해진 후 폭발물 소포가 배달됐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