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과 분노’ 긴장 자초한 점 생략…‘전례없는 호황’ 과장”“이주자 범죄통계 거짓 또는 과장…관세수입 증가는 사실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한 새해 국정연설에서 국내 정치·사회·경제 현안과 외교안보 등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을 제시했다.그러나 미국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팩트 체크’를 가동한 결과, 이전에도 근거 없거나 과장된 발언을 한 전력이 많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국정연설에도 그런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설 중 한 언급의 사실관계를 AP통신과 CNN 방송, 일간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분석한 것이다.
▲ “만일 내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도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증거없음. NYT는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말인 2016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심각했고 미국은 대북 제재를 계속했으나 전쟁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선출돼 전쟁을 방지했다고 말하기에는 그 자신도 취임 첫해 북한에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경고하는가 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르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WP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혹독한 표현으로 고조됐던 전쟁 가능성을 과장했다”고 꼬집었으며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핵 위험 완화를 치적으로 세우기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고 지적했다.
▲ “선거 2년여 만에 우리는 전에 보기 어려웠던 전례 없는 경제 호황을 시작했다. 미국에 경제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내가 취임했을 때보다 미국 경제는 2배 빠르게 성장 중이며 세계 어떤 지역보다 경제는 훨씬 뜨겁다.”
= 과장. 미국 경제가 양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례 없는 호황은 아니다.
지난해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연율 3.4%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1분기(1.8%)의 2배에 가깝다. 하지만 지난해 2·3분기 연율 3.8%도 4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일 뿐, 1990년대 후반 4년 연속 4%를 넘었던 때와 비교하면 전에 보기 어려운 호황으로 평가하기에 무리가 있다.
금융위기 후 회복기를 보냈던 전임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중에도 미국 경제가 3개 분기에 성장률 4%를 넘었던 것과 비교해 봐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성과 자화자찬은 과장됐다.
▲ “국경도시인 텍사스주 엘파소는 과거 범죄율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였다. 이제 강력한 장벽이 있어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가 됐다.
= 거짓. 엘파소에 강력 범죄가 절정을 이뤘던 것은 1993년이었고 이후 2006년까지 34%나 감소했으며 2008년에는 비슷한 규모의 20여 개 도시 중 2번째로 범죄율이 낮았다. 장벽 준공은 2009년이었다.
▲ ”해를 거듭할수록 셀 수 없이 많은 미국인이 불법 외국인 범죄자에게 살해당한다.“
= 근거 없음. 미국 법무부는 범죄 용의자 체포 통계에 국적을 포함시키지 않아 연방 차원의 믿을 만한 통계는 없다.
그러나 케이토연구소의 지난해 연구 결과를 보면 합법·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태생보다 유죄 선고를 덜 받는 경향을 보였으며, 1990년 이후 불법 체류 증가와 함께 강력 범죄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CNN은 전했다.
▲ ”우리는 최근 2천500억 달러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고 우리 재무부는 수십억 달러를 거두고 있다.“
= 사실 오도. 미국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끝난 지난 회계연도에 관세 수입이 67억달러 늘어났다. 그러나 수입 관세를 내는 것은 수출업체가 아니라 미국의 수입업체이며 이는 결국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금액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