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시민단체 “생명 경시…정부가 경찰에 살인면허 준 것”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연합뉴스
20일 일간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주 ‘필리핀 비즈니스 콘퍼런스 & 엑스포’ 행사에 참석, 호비에 에스페니도를 중부 바콜로드시 경찰서 부서장으로 임명했다면서 “에스페니도 부서장에게 부임하면 ‘누구든 맘대로 죽여도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바콜로드시는 지금 (불법 마약에 의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래서) 그를 그곳에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에 따르면 에스페니도 부서장은 과거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016년에는 필리핀 중부 레이테 주 교도소에서 마약매매 연루 혐의로 수감돼 있던 알부에라 마을의 롤란도 에스피노사 읍장이 경찰관들에게 사살됐는데, 에스페니도가 당시 알부에라 경찰서장이었다.
그가 오자미스시 경찰서로 전보된 2017년에는 경찰이 마약 밀매 혐의를 받던 레이날도 파로지노그 시장의 주거지에서 수색 영장을 집행하다가 경비원들과 충돌해 시장 부부 등 1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두테르데 대통령의 발언에 산 카를로스 지역 레라르도 알미나사 주교는 “생명에 대한 권리는 어떤 권리보다도 우선하며 침범할 수 없는 것”이라며 “에스페니도 부서장과 경찰 및 군인들이 도덕성을 갖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말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기도하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좌파 시민단체 바얀의 네그로스섬 지부 마이크 델 라 콘셉시온 사무총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이 생명의 가치를 얼마나 무시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경찰에게 살인면허를 준 것이다. 초법적 살인을 국가가 후원하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에스페니도 부서장은 “우리는 경찰이지 범죄자들이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시민들의 권리를 보호했다”며 일축하고 ‘마약과의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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