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로 ‘감옥선’ 된 크루즈

신종코로나로 ‘감옥선’ 된 크루즈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0-02-07 18:10
수정 2020-02-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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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확진자 61명 급증
일본 확진자도 자국 아닌 ‘기타지역’ 분류
탑승객들 약 부족, 정보 차단 등 호소
부산항도 해당 선박 다음달 입항 취소할듯
각국 입항 거부에 크루즈들 해양에서 대기
직전 14일 중국 방문자 차단으로는 ‘부족’
7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탑승자 한명이 마스크를 쓴 채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AP통신
7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탑승자 한명이 마스크를 쓴 채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AP통신
‘크루즈가 감옥선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탑승자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61명으로 급증하자 이렇게 표현했다. 한 탑승객은 ‘약 부족’이라고 적은 일장기를 걸었고, 아이들이 있는 가족은 문 밖을 나서지 못하고 선실에서 TV를 보며 버티는 상황이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로 사실상 억류 상황이 된 크루즈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일본 후생노동성은 해당 선박의 탑승객 3700명 중 273명을 검사했고, 추가로 41명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날 20명에서 하루만에 3배로 증가한 것이다. 일본인이 28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11명), 호주(7명), 캐나다(7명) 순이었다. 한국인은 아직 명단에 없다.

일본 당국은 이들을 ‘기타지역’ 감염자로 분류한 상태다. 확진자 입국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를 투입해 탑승객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7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탑승자들이 선박 위를 거닐고 있다. AP통신
7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탑승자들이 선박 위를 거닐고 있다. AP통신
하지만 탑승객들은 큰 감옥에 갇힌 형국이 됐다. 한 탑승객이 일장기에 약이 부족하다는 글을 써 난간에 펼친 모습이 외신에 포착됐고, CNN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온 한 여성이 “무섭다. 이 배를 상자 안에 가둬두고 싶지 않다”며 절실하게 내리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한 탑승객은 “엠뷸런스가 선박에 왔는데 일본 측이 이런 소식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 배는 다음달 부산항에 입항할 예정이지만 신종 코로나가 잦아들지 않는 한 한국 역시 입항을 취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처한 배가 한 척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날 신종 코로나 감염 의심자가 발생한 채 자국의 오키나와 이시가키항에 입항하려는 홍콩발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 승선한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선박 역시 오는 11일 한국에 입항할 계획이었지만 부산항은 이를 취소했다.
7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탑승자 한 명이 일장기에 ‘약 부족’을 써 내걸었다. AP통신
7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탑승자 한 명이 일장기에 ‘약 부족’을 써 내걸었다. AP통신
FT에 따르면 대만 역시 크루즈 ‘수퍼스타 아쿠아리우스호’에 탑승한 29명의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거부했다. 1738명 중 대만인 1709명만 대만 기륭항에서 내렸다는 것이다.

이외 홍콩에서는 3600명을 태운 크루즈선 ‘월드드림호’에서 일부 승무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증상을 보이면서 대만에서 입항을 거부당했고 지난 5일부터 홍콩 앞바다에 대기 중이다.

50개 크루즈 선사가 가입한 세계크루즈선사협회(CLIA)는 지난달 30일 크루즈선이 출발하기 전 14일 이내에 중국 본토를 여행한 승객 및 승무원의 탑승을 금지하고 전문 의료진이 탑승하도록 했다. 하지만 각국의 고립정책으로 항구에 입항하지 못할 경우 신종 코로나가 발병한 작은 섬과 같은 상황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7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전경. AP통신
7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전경. A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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