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네타냐후 통화 “전쟁 계속”…성탄 앞두고 70여명 대가족 몰살

바이든-네타냐후 통화 “전쟁 계속”…성탄 앞두고 70여명 대가족 몰살

임병선 기자
입력 2023-12-24 07:10
업데이트 2023-12-24 08:4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알누사이랏과 알부레이제 난민촌 피란민들이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군사작전이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매트리스 등을 수북히 적재한 트럭을 이용해 떠나고 있다. 알누사이랏 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알누사이랏과 알부레이제 난민촌 피란민들이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군사작전이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매트리스 등을 수북히 적재한 트럭을 이용해 떠나고 있다.
알누사이랏 EPA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 정상이 23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갖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축출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한다는 이스라엘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성탄절을 앞두고 세상 사람들의 바람과는 영 딴판인 통화를 나눈 셈이다. 성탄절을 앞둔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 공습에 유엔 직원을 포함한 대가족 70여명이 몰살하는 피비린내가 여전하다.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전화 협의에서 최근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 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긴 대화”를 했다면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이스라엘인 1200명가량을 살해한 하마스를 가자지구에서 축출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한다는 이스라엘의 방침을 미국이 여전히 지지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도 가자지구에서의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이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22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결의 채택 과정에서 미국이 보인 입장에 감사의 뜻을 피력했다.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은 결의안 문안 협의 과정에서 초안에 담겼던 ‘적대행위 중단 촉구’ 내용에 계속 반대해 이 내용을 빼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에 초점을 맞춘 내용으로 채택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전화 협의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군사작전의 목표와 ‘단계화(phasing)’를 논의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전쟁의 ‘단계화’ 논의가 있었다는 것은 결국 ‘저강도 전쟁’으로의 전환 문제가 통화의 의제 중 하나였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으로 인한 가자지구 사망자가 가자지구 당국 발표 기준 2만명을 넘긴 가운데, 미국은 최근 이스라엘에 저강도 전쟁으로의 전환을 촉구해 왔다. 무고한 민간인 희생이 큰 무차별 폭격을 자제하고, 외과수술식으로 하마스를 정밀타격하는 한편 투입 병력도 줄일 것을 미국은 이스라엘 측에 권고해 왔다.

백악관은 또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을 지원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민간인들을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민간인들이 전투가 계속되는 지역으로부터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어 “두 정상은 남아있는 모든 인질 석방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며 “두 사람은 직접, 그리고 각자의 국가 안보팀을 통해 정기적인 협의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날 가자시티 인근의 폭격으로 UNDP의 베테랑 구호 담당 직원인 이삼 알무그라비(56)와 그의 아내 라미아(53), 13∼32세인 자녀 5명, 이들의 대가족까지 70여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대가족 사망자가 76명이라고 전했으며, AP 통신은 이날 두 가구가 공습을 받아 한 대가족을 포함한 90여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를 완전히 통제한다는 목표 아래 자발리아 마을 등지에서 탱크를 몰고 포탄을 쏟아붓고 있다. 하마스의 군사조직 알카삼여단은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탱크 5대를 파괴했으며, 이를 위해 이스라엘이 쐈다가 불발된 미사일 2기를 재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은 전날 가자지구 북부 통제 작전을 거의 완수했으며 지상 작전의 남부 확대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시티 이사 지역에 있는 하마스 건물에서 무장대원 수십명을 유인한 뒤 폭격을 가했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한 주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대원 200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지상전을 시작한 이후 붙잡힌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은 700명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