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에어컨 대신 ‘자연냉각’
2020 도쿄 올림픽 ‘골판지 침대’ 재등장
지난달 27일 촬영된 파리 올림픽 선수촌 주거용 숙박실 내부 전경. AFP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인프라 건설을 담당해 온 공공단체 솔리데오에서 선수촌 열쇠를 넘겨받고 정식 개관식을 열었다.
선수촌은 파리 북부 외곽 생드니와 생투앙쉬르센, 릴생드니에 걸쳐 있다. 전체 부지는 52㏊로, 축구장 70개에 달하는 크기다.
선수촌은 선수 숙소와 부대시설 등 약 80동의 건물로 이뤄져 있으며, 객실만 총 7200실이다. 올림픽 기간 1만 4500명, 패럴림픽 기간 9000명의 선수와 스태프를 수용할 예정이다.
솔리데오는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건축 과정에서 목재와 같은 바이오 소재를 적극 활용했다. 지열과 태양열 등 청정에너지도 전기 공급원으로 활용한다.
가장 큰 특징은 실내 에어컨이 없다는 점이다.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고 건물 간 공기 순환을 촉진하는 배치와 건물 크기를 다양화해 자연 냉각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폭염에도 내부 온도를 바깥보다 섭씨 6도가량 낮게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개관식에 참석한 마크롱 대통령은 “세기의 모험”이라고 평가하며 “여러분은 제시간에, 예산에 맞게, 사회·환경적으로 모범을 보이면서 작업을 해냈다”고 치하했다.
우려도 나온다. 파리 올림픽은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한여름에 진행된다. 선수촌 관계자는 기온이 38도라면 선풍기만으로 실내 온도를 26~28도로 맞출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지난해 7월 파리의 기온은 43도까지 올라갔다.
선수촌이 공개된 후 네티즌들은 “작년 유럽 폭염 40도 넘게 찍었을텐데”, “작년 전 세계가 폭염이었는데 자연 냉각 방식이라니”, “에어컨이 없으면 컨디션 조절 어려울 것 같다”, “선수들 죽어 나가게 생겼네. 숙소에서 못 잘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난해 7월 “파리조직위가 (에어컨 없어도 선수들이 안락하게 지낼 수 있도록) 큰 노력을 기울였다. 외부 기온보다 6도 또는 그 이상 낮게 선수촌을 쾌적하게 운영할 것”이라며 선수들의 선수촌 생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파리 북쪽 생드니에 있는 올림픽 마을의 침실 사진. AP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선수촌의 ‘골판지 침대’ . 2021.6.20 AFP 연합뉴스
일본은 2020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골판지 침대를 제공했다. 골판지 침대는 폭 90㎝, 길이 210㎝로 일반적인 싱글 침대보다 작지만 200㎏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당시 ‘지구와 사람을 위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재활용과 친환경을 염두에 두고 야심차게 골판지 침대를 준비했지만, 선수들이 사용하기에 너무 작고 불편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후 이 골판지 침대는 오사카의 코로나19 임시 의료시설에서 재사용됐다.
파리올림픽조직위는 골판지 침대를 더 ‘업그레이드’해 선수단에 제공하기로 했다. 못이나 나사, 접착제 없이 더 튼튼하고 조립이 쉽게 했다는 게 조직위 설명이다.
올림픽이 끝나면 선수촌은 2025년부터 일반 주택과 학생 기숙사, 호텔, 일반 사무실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