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이식’ 수술 장면을 그린 콘셉트 영상. 브레인브리지
‘머리 이식’ 수술 장면을 그린 콘셉트 영상. 브레인브리지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여러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스타트업 ‘브레인브릿지’(BrainBridge)는 최근 “사지마비 등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환자 머리를 뇌사 상태인 기증자 몸에 그대로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수술 과정을 그래픽으로 구현한 8분짜리 영상을 유튜브와 엑스(X·옛 트위터) 등에 공개했다.
수술 전 환자와 기증자는 모두 냉각 상태에 들어가고, 로봇 팔이 두 사람의 몸에서 머리를 떼어내더니, 장애를 가진 환자의 머리를 뇌사 상태인 기증자 몸에 이식해 봉합하는 시연 영상은 조회수 1000만회를 넘어섰다.
회사 측은 “모든 수술 과정은 AI 시스템에 의해 통제돼 신경과 근육의 정확한 연결이 이뤄질 수 있다”라며 “뇌와 척수가 옮겨져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으며, 기억과 의식은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브레인브릿지의 머리 이식 로봇 개발팀을 이끄는 하셈 알 가일리는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맞서 싸우는 사람에게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8년 내 첫 번째 수술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신경다발 연결 자체가 어려울뿐더러 수술 이후 부작용 위험성이 높아 성공 가능성은 낮다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유튜브 Hashem Al-Ghaili 캡처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외과 의사 카란 랑가라잔 박사는 “머리 이식 수술에서 모든 신경이 무사히 연결되더라도 수술 후 하나라도 빠지면 환자는 즉사할 수 있다”며 “게다가 이식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평생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킹스칼리지 런던대 신경과학 전문가 아마드 알 클레이파트 박사도 “이 수술은 뇌의 작동 방식을 과도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20세기 초부터 과학자들은 여러 방식으로 머리 이식술을 시도해 왔다. 1908년 미국 생리학자 찰스 거스리는 개의 머리를 다른 개의 목 밑 부분에 접합하는 데 성공했다. 머리가 두 개가 된 개는 합병증으로 인해 접합수술 7시간 만에 안락사됐다. 이후 1954년 러시아 외과의사 블라디미르 데미코프는 개의 상체를 다른 개의 상체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머리가 둘, 다리가 여섯 개였던 실험 개는 수술 후 29일 동안이나 생존하기도 했다.
이후 2013년 이탈리아의 세르지오 카나베로가 인간을 대상으로 수술할 수 있다고 나섰다. 그는 2017년 두 구의 시신으로 머리 이식을 진행했으며 18시간 동안의 수술을 통해 척추, 신경, 혈관을 모두 재연결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척수성근위축증을 앓던 남성이 그의 수술을 받겠다고 나섰지만 막대한 치료비를 지불 할 후원자가 나타나지 않아 실제 수술까지 이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