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자랑 ‘국경장벽’ 시제품, 알고보니 불량품

트럼프의 자랑 ‘국경장벽’ 시제품, 알고보니 불량품

김규환 기자
입력 2019-02-28 18:00
수정 2019-03-01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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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실험서 배수 등 중대 결함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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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2017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카운티 오테이 메사에 세운 장벽 시제품들이 27일(현지시간) 철거되고 있다. 시제품은 미국에서는 접근이 불가능하나 국경 건너편인 멕시코 티후아나에서는 접근할 수 있다.  티후아나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2017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카운티 오테이 메사에 세운 장벽 시제품들이 27일(현지시간) 철거되고 있다. 시제품은 미국에서는 접근이 불가능하나 국경 건너편인 멕시코 티후아나에서는 접근할 수 있다.
티후아나 AFP 연합뉴스
새 장벽으로 교체 위해 8개 모두 철거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설치한 시제품들이 27일(현지시간) 철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설치된 국경장벽의 시제품 8개가 모두 철거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 장벽 시제품들은 2017년 10월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멕시코 티후아나를 분리하는 기존의 장벽에서 한발짝 떨어진 곳에 설치됐다.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은 16개월 전 공개입찰 때 시제품의 제작 조건을 내걸었다. 조건은 ▲사람들이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을 정도의 충분한 높이여야 하고 ▲산악용 훅(걸이) 등 전문 등산장비를 동원해도 쉽게 오를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하며 ▲지하로도 6피트(약 1.8m) 정도 파고 들어가 지반에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하고 ▲대형 해머나 산소용접기를 동원해도 적어도 1시간 이상 부서지지 않아야 하며 ▲미국 쪽에서 바라봤을 때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고 미학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입찰 조건에 따라 제작된 시제품의 높이는 8개 모두 30피트 이상이며 가격은 각각 30만∼50만 달러(약 3억 3600만∼5억 6000만원)다.

시제품 중 4개는 강화 콘크리트로 만들어졌고 다른 4개는 강철판으로 제작됐다. 미학적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1개는 푸른색과 흰색으로 칠한 장식을 달았고 다른 제품들은 사막과 어울리는 회색, 황갈색, 갈색으로 칠했다.

시제품들은 그러나 성능 실험 결과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다. 특히 8개 중 6개는 배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를 크게 변경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주 1억 100만 달러의 장벽 설치 계약을 따낸 텍사스주 갤버스턴에 기반을 둔 건설업체 SLSCO는 태평양 해안에서부터 국경을 따라 세워진 12마일(약 19㎞) 길이의 기존 장벽을 새 장벽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용도를 다한 시제품은 해체에 들어간 것이다. AP는 “작업을 시작한 지 2시간도 되지 않아 시제품 7개가 부서졌다. 대형 유압식 파쇄기가 여러번 벽을 내리치자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졌고 철제 기둥도 해체됐다”며 작업 현장 모습을 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19-03-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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