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브리핑을 잔디밭에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멀찍이 떨어져 앉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주재하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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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브리핑 모두발언을 시작하며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심각하게 잘못 관리하고 은폐하려 한 WHO의 역할에 대한 조사가 수행되는 동안 자금 지원을 중단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WHO가 기본 임무에 실패했으며 이런 점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매년 WHO에 5억 달러(약 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번주 안에 입장을 밝힐 것이다. 우리는 아주 할 말이 많다”고 예고한 적이 있는데 이날은 “실패”, “은폐”와 같은 표현을 동원해 분명하게 WHO의 책임을 적시해 갈등과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는 “많은 나라들이 WHO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문제인식을 갖고 있다”며 “세계는 잘못된 정보와 치명률에 대한 온갖 거짓 정보가 난무하고 있다”고 공박했다. 이어 “WHO가 창궐한 시점에 중국에 가서 살폈더라면 조금 더 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중국의 은폐에 의존하는 바람에 아마도 20배, 어쩌면 훨씬 이상의 감염 건수를 초래하게 만들었다. 그렇게나 많은 죽음은 그들의 실수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내 방역 전문가와 책임자들의 잇따른 경고를 무시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 중국과 발병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였고 WHO의 중국 중심주의를 강하게 질타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경제활동 재개를 결정할 권한을 다투는 등 온갖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아랑곳 않고 WHO에 지원을 중단하는 강수를 택해 정면으로 뚫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조만간 경제활동 재개를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해 공표하겠다고 다시 한번 밝히면서 그 시기는 5월 1일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WHO는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화상 언론 브리핑을 갖던 중 미국의 자금 지원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WHO에 대한 자금 지원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미국은 WHO의 가장 큰 기여국”이라면서 이같이 답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2017년부터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다”면서 2주 전에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한 뒤 “내가 알기로 그는 지원을 해주는 사람”이라면서 “우리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WHO는 중국에서 지난해 12월 31일 첫 발병을 보고한 이후 코로나19에 대해 늑장 대응을 했다는 지적을 일축했다. 브리핑에 동석한 마이클 라이언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중국의 보고 이후 불과 며칠 만에 첫 번째 경고를 발령했으며, 이는 미국의 일부 주(州)정부가 초기 대응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코로나19에서 회복되고 검사에서 음성 반응을 나타낸 후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여러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는 자신의 면역 체계 내에서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다른 환자들은 완전한 제거에도 두 번째 감염이 될 수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회복과 이후 재감염에 대해 우리가 답을 지니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것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WHO는 오는 14일 업데이트한 코로나19 대응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여기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봉쇄책 완화를 고려하는 국가에 대한 6개 기준이 포함되며, 이 기준은 검사와 격리 등 보건 시스템 역량 강화, 발병 위험을 일부 특수한 환경으로 제한, 해외 역유입 사례 관리 등이 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