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 추석날인 17일(현지시간) 송편 등 한국 음식 냄새가 가득 찬 가운데 미국 백악관에서 한국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이날 오후 늦게 백악관 본관의 웨스트윙에 인접한 행정동 아이젠하워 빌딩에서 열린 추석 축하 행사에서다.
서울 태생의 미 육군 군악대 ‘퍼싱즈 오운’의 에스더 강 하사가 미군 군복을 입고 한국말로 아리랑을 부르자 뉴저지 등 미국 동부는 물론 로스앤젤레스(LA), 하와이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참석한 100여명의 한국계 미국인들은 감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미국으로 한인이 이민을 온 지 120여년만에 처음으로 백악관과 미주한인위원회(CKA) 등의 주최로 백악관에서 처음 추석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뉴욕한인청소년합창단이 마이클 잭슨의 노래 ‘유 아 낫 얼론(You Are Not Alone)’ 등 3곡을 부르자 아리랑 축가 뒤에 연설대에 선 한국계 미국인들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각각 서면으로 축사했다.
미국 정부 대표 인사로는 중국계 미국인인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나와 “프로그램을 보면서 거의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면서 “아이들의 공연을 보면서 우리가 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백악관이 주최하는 추석 행사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 이제 정말 그때가 됐다”면서 “그리고 저는 이것이 마지막이 아닐 것임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 사회에서 한국계 미국인들의 역할을 평가한 뒤 “바이든 해리스 정부는 여러분을 지지하고 저도 여러분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 대표는 이어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 같이 행복합시다”라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토드 김 미국 법무부 환경 및 천연자원 담당 차관보, 댄 고 대통령 부보좌관, 헬렌 보드로 백악관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이니셔티브 선임 고문 등 미국 정부 내 고위직 한국계 인사들이 자기 경험을 소개하고 감회를 밝히는 약식 좌담회도 진행됐다.
보드로 선임고문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부모가 이민 와서 정착한 이야기 등을 하면서 자녀들에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자기 뿌리에 충실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면서 목이 메는 듯 말을 살짝 멈추기도 했다.
행사에서는 미국 내에서 최고위직 한국계 미국인인 실비아 루크 하와이주 부지사도 축사했다.
또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뉴저지·민주), 줄리 터너 국무부 대북 인권 특사, 성 김 전 대사 등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참석했으며 뉴욕한인청소년합창단은 색동저고리를 입고 공연했다. 부채춤 공연을 한 YHK 어소시에이션도 한복과 족두리 등을 착용했다.
참석자들은 행사 뒤에는 송편과 잡채, 닭강정, 약과, 식혜 등 한국 음식도 나눠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