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기 잔해? 죄다 쓰레기!

실종기 잔해? 죄다 쓰레기!

입력 2014-04-02 00:00
수정 2014-04-02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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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 추락 추정지점은 쓰레기 지대… 부유물 70여개 건졌지만 성과 없어

실종된 말레이시아 여객기(MH370)를 찾기 위해 인도양을 샅샅이 뒤지던 뉴질랜드의 최첨단 대잠초계기 ‘P3 오라이언’은 지난달 30일 실종기 잔해물로 추정되는 70여개의 부유물을 발견했다. 수십척의 선박이 거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 수색 이후 처음으로 부유물을 건지는 데 성공했다. 대부분 쓰레기였지만 이 중 3개는 정밀조사를 할 가치가 있는 물체였다. 조사 결과 1개는 낚싯줄, 1개는 아이스박스 뚜껑, 1개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갈색 물체로 판명됐다. 다음 날 호주 수색기도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발견했지만, 어구(漁具)의 잔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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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말레이시아 여객기의 잔해물로 추정되던 부유물질들이 쓰레기로 판명되면서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2011년 컨테이너 화물선 전복 사고로 온갖 쓰레기가 뉴질랜드 타우랑가의 마운트마웅가누이 해변으로 떠내려온 모습. 타우랑가(뉴질랜드) AP 연합뉴스
실종된 말레이시아 여객기의 잔해물로 추정되던 부유물질들이 쓰레기로 판명되면서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2011년 컨테이너 화물선 전복 사고로 온갖 쓰레기가 뉴질랜드 타우랑가의 마운트마웅가누이 해변으로 떠내려온 모습.
타우랑가(뉴질랜드) AP 연합뉴스


이번엔?
이번엔? 뉴질랜드 공군의 대잠초계기 P3 오라이언이 31일(현지시간) 인도양 수색지대에서 말레이시아 실종기 잔해로 추정되는 부유물을 발견했다.
AFP 연합뉴스


뉴질랜드 공군 사령관 앤디 스콧은 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물체가 발견될 때마다 심장이 뛰지만, 막상 건져 올리면 쓰레기일 뿐”이라면서 “기대와 실망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 쓰레기가 전 세계가 동참하고 있는 실종기 수색작업을 좌절시키고 있다. 어렵사리 찾아낸 물체가 온갖 쓰레기로 판명되면서 대원들의 수색 의지를 꺾고 있는 것이다. AP는 “장기화되고 있는 수색작업이 역설적으로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7년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에 걸쳐 형성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를 최초로 발견한 미국의 찰스 무어 선장은 “해양은 플라스틱을 갈아 만든 거대한 수프이고, 오물이 빙빙 돌기만 할 뿐 내려가지 않는 변기통”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섬’으로 불리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는 한반도 면적의 6배에 달해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인공물 중 가장 큰 것이며, 이곳에 흩뿌려진 미세 플라스틱의 양은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는 동물성 플랑크톤보다 6배나 많다. 무어 선장에 따르면 수색작업이 벌어지는 곳도 인도양에 형성된 거대 쓰레기 지대이다. 5대양에 이 같은 거대 쓰레기 지대가 5곳이나 된다. 원형 순환 해류와 바람 때문에 쓰레기가 회오리처럼 빙빙 돌아 한 곳으로 모여 거대한 섬을 이루는 것이다.

가느다란 낚싯줄에서 거대한 컨테이너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버리는 쓰레기 중 상당량은 공해로 떠내려 온다. 이 가운데 과학자들이 가장 위험한 물질로 꼽는 것은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분해될 때까지 최소 700년이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크기가 계속 축소돼 바닷새는 물론 플랑크톤까지 먹을 정도로 작은 미세입자가 된다. 호주의 해양학자 데니스 하데스티는 “그동안 내가 해부한 바닷새 중 3분의 2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고, 어떤 새는 무려 175조각을 삼키기도 했다”면서 “플랑크톤에서도 플라스틱 성분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2014-04-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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