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드디어 결혼합니다” 남남·여여 커플들, 오늘 태국서 300쌍 혼인신고

“저희 드디어 결혼합니다” 남남·여여 커플들, 오늘 태국서 300쌍 혼인신고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5-01-23 08:58
수정 2025-01-2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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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커플인 태국인 신부 라차크릿 파리야푼파(오른쪽)와 인도인 신랑 수디 나타라즈가 태국의 결혼평등법 발표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1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정부청사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홍보하는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5.1.23 EPA 연합뉴스
동성커플인 태국인 신부 라차크릿 파리야푼파(오른쪽)와 인도인 신랑 수디 나타라즈가 태국의 결혼평등법 발표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1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정부청사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홍보하는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5.1.23 EPA 연합뉴스


23일 동남아시아 국가 중 최초이자 아시아에서 3번째로 태국이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하는 가운데 주요 외신들은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이날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들에 주목했다.

호주 ABC는 이날 결혼을 앞둔 태국 배우 아피왓 아피왓사이리와 그의 오랜 동반자 사파뉴 파나트쿨의 사연을 소개했다.

아피왓은 2014년 사파뉴에게 청혼하면서 엄청난 기쁨을 느꼈지만 마법 같던 그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실제로 합법적인 결혼을 할 수 있기까지 10년 넘는 세월을 더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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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동성커플인 배우 아피왓 아피왓사이리(왼쪽)와 동반자 사파뉴 파나트쿨이 결혼평등법 발표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1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정부청사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홍보하는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5.1.15 로이터 연합뉴스
태국의 동성커플인 배우 아피왓 아피왓사이리(왼쪽)와 동반자 사파뉴 파나트쿨이 결혼평등법 발표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1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정부청사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홍보하는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5.1.15 로이터 연합뉴스


사파뉴는 “지난 10여년간 온라인에서 괴롭힘과 증오 표현에 시달려야 했다”며 “11년 전만 해도 네티즌의 80%가 우리를 괴롭혔다. 그들은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남자에게 청혼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ABC에 말했다.

17년 동안 연인으로 지내온 아피왓·사파뉴 커플은 이달 초 약 1000명의 하객을 초대해 호화로운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태국에서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하는 결혼평등법이 발효되는 이날(23일) 이들은 법적 부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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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결혼평등법 발표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1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정부청사에서 초티카 요틴트라쿨(오른쪽)가 동성 연인인 벤야폰 침숫으로부터 꽃을 받는 포즈로 동성결혼 합법화 홍보 촬영을 하고 있다. 2025.1.15 EPA 연합뉴스
태국의 결혼평등법 발표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1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정부청사에서 초티카 요틴트라쿨(오른쪽)가 동성 연인인 벤야폰 침숫으로부터 꽃을 받는 포즈로 동성결혼 합법화 홍보 촬영을 하고 있다. 2025.1.15 EPA 연합뉴스


아피왓은 여전히 동성애를 불법화하고 있는 이웃나라들의 성소수자(LGBTQ+)를 향해 “태국의 동성결혼 합법화가 그 나라에도 빛을 비춰 계속 투쟁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다음 세대에 희망을 전달하자”고 당부했다.

미국 CNN은 태국의 결혼평등법에 대해 “이성애 커플과 동일한 결혼권을 위해 10년 넘게 싸워온 LGBTQ+ 커뮤니티의 중대한 승리를 의미한다”면서 한 트랜스젠더 여성의 사연을 전했다.

니나 추아드쿤토드라는 이름의 42세 트랜스젠더 여성은 결혼평등법 발효 전까지는 22년 동안이나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법적 결혼을 할 수가 없었다. 성정체성을 바꾸지 못한 탓에 법적으로는 남성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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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동성커플인 39세 디자이너 피티 추촘추엔(왼쪽)과 홍보책임자로 일하는 40세 프로라윈 바템디가 방콕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2025.1.11 AP 연합뉴스
태국의 동성커플인 39세 디자이너 피티 추촘추엔(왼쪽)과 홍보책임자로 일하는 40세 프로라윈 바템디가 방콕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2025.1.11 AP 연합뉴스


3주 전 방콕 외곽의 한 결혼식장에서 약혼자와 결혼식 파티를 연 니나는 이날 혼인신고를 할 계획이다.

니나 부부에게는 3년 전 입양한 7살짜리 딸도 있다. 자녀 양육이 힘든 삼촌의 딸을 입양해 가족을 꾸렸지만, 합법적인 부부가 아니었기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니나는 “저나 남편, 또는 저희의 딸이 병에 걸리면 법적인 관계가 아니기에 어떻게 서로 돌볼 수 있을지 눈물이 났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가족을 꾸려갈 것”이라며 웃었다.

방콕시와 성소수자 단체 방콕프라이드는 이날 방콕 시내 대형 쇼핑몰 시암파라곤에서 대규모 ‘결혼 평등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동성결혼 합법화 첫날을 기념해 대규모 결혼 등록이 이뤄지며 여기엔 300쌍 이상이 사전 참가 신청을 했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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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동성커플인 콴폰 콩페치(오른쪽)와 플로이납라스 치라수콘이 결혼평등법 발표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1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정부청사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홍보하는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5.1.15 EPA 연합뉴스
태국 동성커플인 콴폰 콩페치(오른쪽)와 플로이납라스 치라수콘이 결혼평등법 발표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1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정부청사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홍보하는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5.1.15 EPA 연합뉴스


방콕프라이드 창립자인 앤 추마폰은 “결혼평등법은 성소수자에게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준다”며 “이 여정을 함께해온 모든 커플에게 의미 있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 연인과 혼인신고를 할 예정이라는 여성 다나야 폼파윰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갑자기 현실이 돼 정말 행복하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앞서 지난해 9월 마하 와찌랄롱꼰 태국 국왕이 하원과 상원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한 결혼평등법을 승인했다. 그로부터 120일 후인 이날 정식으로 발효된다.

새 법은 기존 ‘남녀’, ‘남편과 아내’를 ‘두 개인’, ‘배우자’ 등 성 중립적 용어로 각각 바꿔 18세 이상이 되면 성별과 관계없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했다. 상속, 세금 공제, 입양 등 다른 권리도 일반 부부와 동일하게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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