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체제 들어 격상된 덩샤오핑의 ‘위상’

시진핑 체제 들어 격상된 덩샤오핑의 ‘위상’

입력 2014-08-21 00:00
업데이트 2014-08-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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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덩은 중국특색사회주의 창시자…유례없는 역사적 위업” 극찬

5년, 10년 등 이른바 ‘꺽어지는 해’에 맞는 중국 역대 최고지도자들의 탄생기념일은 중국의 현 지도부가 그들의 생애와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최고 지도자가 그들의 생애를 재조명하고 그들이 남긴 역사적 과업을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장문의 강연문(추도사)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탄생 110주년(22일)을 이틀 앞둔 20일 나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강연문이 큰 주목을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근 1만 자 분량에 달하는 강연문은 ‘개혁개방 노선’으로 상징되는 덩샤오핑의 위업을 극찬하는 것으로 일관돼 있다.

시 주석은 덩샤오핑에 대해 “유례없는 역사적 위업을 남겼다”는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덩샤오핑 이름 앞에 ‘중국특색사회주의 길의 창시자’라는 수식어도 추가했다. ‘위대한 전환’, ‘천지개벽의 변화’, ‘20세기의 위대한 승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마오쩌둥(毛澤東)과 함께 신중국을 만든 덩샤오핑에 대한 평가가 시진핑 체제 들어 더욱 격상된 것이다.

덩샤오핑에 대한 시진핑 체제의 이런 평가는 10년 전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발표된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의 추모사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후 전 주석 역시 추모사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선택한 덩샤오핑을 위대한 인물로 평가하기는 했지만 ‘유례없는 역사적 위업’ ,’중국특색사회주의 길의 창시자’ 등의 수식어까지 사용하지는 않았다.

시 주석의 덩샤오핑에 대한 평가는 마오쩌둥에 대한 평가와도 사뭇 대비된다.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마오쩌둥(毛澤東) 탄생 120주년을 맞아 발표한 강연에서 “우리는 앞으로 영원히 마오 사상의 기치를 높이 들고 전진해야 한다”면서도 마오쩌둥의 과오 부분을 비중 있게 거론했다.

그는 문화대혁명과 같은 역사적인 잘못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면서도 “단지 그들이 위대하다고 해서 신처럼 숭배하거나, 사람들이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지 못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덩샤오핑의 최대 정치적 오점으로 거론돼온 ‘톈안먼 사건’에 대해서는 오히려 덩샤오핑을 지지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시 주석은 이날 강연에서 “국제·국내적 정치적 풍파에 직면해서도 그는 냉정하게 관찰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며 마르크스주의를 견지했고 공산주의 이상을 수호했다”고 말했다.

’국제·국내적 정치적 풍파’는 소련의 붕괴와 ‘톈안먼 사태’를 뜻한다. ‘톈안먼 사건’을 ‘정치적 풍파’로 규정해온 중국당국의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피력한 것이다.

시 주석의 덩샤오핑의 업적에 대한 전방위적인 극찬은 역대 어느 지도부보다도 법치·민주를 강조하는 시진핑 체제에서도 톈안먼 사건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요원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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