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충돌 현장에서… 베이징 특파원의 진단
中 진출 한국 기업 2만 5000곳 달해고용 중국인 수백만… 中도 결국 피해
韓 ‘침소봉대’ 없이 합리적 대응 절실
‘센카쿠 충돌’ 당시 日 해법 참조할 만
![썰렁한 입국 심사대](https://img.seoul.co.kr/img/upload/2017/03/03/SSI_20170303174037_O2.jpg)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썰렁한 입국 심사대](https://img.seoul.co.kr//img/upload/2017/03/03/SSI_20170303174037.jpg)
썰렁한 입국 심사대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 여행사의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시킨 가운데 일부 중국인 관광객이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기자도 이날 오후 차오양(朝陽)구의 집 근처 롯데마트에 가봤다. 기사대로 분위기는 썰렁했다. 다만 환구시보는 직원들의 불안감은 외면했다. 2년째 단골인 기자는 현지인 직원들의 표정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얼굴이 익숙한 계산대 주부 사원에게 몇 마디 건네니 “불안하죠. 애가 아직 어린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곧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직원들은 예감하고 있었다.
![한산한 선양 롯데백화점](https://img.seoul.co.kr/img/upload/2017/03/03/SSI_20170303174055_O2.jpg)
선양 AFP 연합뉴스
![한산한 선양 롯데백화점](https://img.seoul.co.kr//img/upload/2017/03/03/SSI_20170303174055.jpg)
한산한 선양 롯데백화점
중국이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해 각종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롯데의 중국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롯데백화점 매장에 고객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
선양 AFP 연합뉴스
선양 AFP 연합뉴스
불안하기는 우리 교민도 마찬가지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이날 중국 내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 주의를 요청했다. 최근 공안(경찰)은 한국 업체에 불시에 찾아와 동향을 파악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기업 철수 여부, 사드에 대한 한국 본사의 입장, 중국 직원에 대한 기업의 대우 등을 캐묻고 있다.
공안의 감시는 역설적으로 중국 정부의 불안을 방증한다. 중국은 이날 개막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사드 갈등으로 인한 돌발 사건이 벌어질까 민감해진 상태다. 기업체를 운영하는 한 교포는 “양회 때 사드와 관련해 소동이 없도록 특별히 챙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현대자동차를 파손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자 공안이 “엄정 수사”를 밝히고, 환구시보가 “폭력 행위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도 결국은 양회 때문이다. 이웃 국가에는 비이성적인 보복을 가하면서 전 세계에서 몰려온 기자들에겐 이성적인 양회 모습을 보이려는 중국의 이중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합리적인 대응을 하고 있을까? 지난 1일 중국 뉴스포털에 ‘중국이 한국을 제재하는 40가지 방책’이라는 기사가 떴다. 기사를 보니 제재 방안은 없고 “미국의 온라인 매체 ‘쿼츠’가 그렇게 보도했다”는 내용만 있었다. ‘쿼츠’를 찾아가니 “한국의 한 언론이 그렇게 보도했다”고 했다. 근거도, 내용도 없는 ‘40개 방책’이 한국-미국-중국을 거쳐 확대재생산된 것이다. 40가지 방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중국이 몰랐던 제재 방법까지 우리가 나서서 가르쳐 주는 꼴”이라는 개탄도 나온다. 중국이 “한국 겁주기에 이런 것도 있구나”를 새롭게 배워 가며 즐기는 데에 한국 언론이 도운 셈이다. 게다가 한국 정부가 관계비상회의까지 연다고 공표하니, 중국의 관계자들은 신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도 한국 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는 있다. 쏟아지는 중국의 액션이 얼마나 황당하고 졸렬한지 한국 국민들은 분명하게 느껴 가고 있다. 나아가 세계 사람들도 그러는 중이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은 더 강화될 것이다. 한국이 이를 극복하는 길은 중국보다 빨리 냉정해지는 것뿐이다. 일본의 한 신문 지국장에게 2012년 센카쿠열도 충돌 때 일본의 대응을 물었다. “환구시보만큼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산케이신문도 냉정했다”고 했다. “언론은 확인된 사실만 정확하게 전달했고, 정부는 조용히 대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중국의 경제 보복에 새로운 수입 및 수출 루트를 찾아냈다. 센카쿠 갈등은 여전하지만, 일본은 더 강해졌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3-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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