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트럼프와 회동…시진핑, 고민깊은 ‘한 컷’

예측불허 트럼프와 회동…시진핑, 고민깊은 ‘한 컷’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04-02 22:08
수정 2017-04-0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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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때처럼 맥주로 연출하자니… 트럼프 술 안 마시고
딱딱하게 하자니… 메르켈 때처럼 악수도 안 할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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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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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좀처럼 웃지 않는 중국 지도자들은 해외 순방에서 종종 ‘망가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엄격한 사회주의의 냉혹한 지도자’라는 모습을 희석시키기 위해서다.

최고권력자 덩샤오핑은 1979년 처음 미국을 방문했을 때 텍사스 로데오 경기장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마차에 올라탔다. 장쩌민 전 주석은 1997년 하와이에서 화환을 목에 건 채 전통 기타를 번쩍 치켜들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우스꽝스러운 영어 발음으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읊조렸다. 시진핑 주석도 2015년 영국을 방문했을 때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와 심야에 펍(영국 선술집)에 불쑥 들어가 흑맥주를 마셨다.

●“두 터프가이 기싸움, 의제보다 관심”

오는 6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리조트 마라라고에서 처음 대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어떤 장면을 연출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두 ‘터프가이’가 분출할 화학적 반응을 관찰하는 게 정치적 의제보다 더 흥미진진하다”고 전했다.

고민은 시 주석 쪽이 더 깊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났을 때는 아베 총리의 손을 끌어당겨 세차게 흔들며 19초 동안이나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 때는 악수 요청에 딴청만 부렸다.

●아베처럼 아랫사람 같은 장면 경계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거절하거나 아베 총리에게 했던 것처럼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에 차오무 베이징외국어대 교수는 “악수보다는 목례를 하는 게 어색한 순간을 모면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먼저 친한 척 말고 술 대신 차 선물을”

시 주석이 캐머런 전 총리 때를 생각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맥주를 권하거나 술을 선물하면 큰 결례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1년 친형이 술병으로 사망한 이후 절대로 입에 술을 대지 않기 때문이다. 뤄치셩 말레이시아대 교수는 “중국의 전통차를 선물하는 게 좋을 듯하고, 이번에는 시 주석이 사교적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친한 척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외면하면 체면이 안 서기 때문이다. 뤄 교수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쫓아가는 장면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타이밍을 놓쳤을 때는 차라리 거리를 유지해 졸졸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4-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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