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2020년 도쿄올림픽 경제효과 ② 법인세 인하 등 정부 지원 ③ 아베정권 장기화 기대
#1. 최근 일본은 지난해 10월 도입된 ‘니사’(NISA), 즉 소액투자비과세제도로 뜨겁다. 100만엔(약 1000만원)까지는 주식이나 주식투자신탁,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따른 수익·배당에 5년간 비과세여서 저금리 예금에 묶여 있는 돈을 중장기 투자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각 증권·은행사에 개설된 NISA의 계좌 수는 475만건. 불과 3개월 만에 정부가 20년 목표로 내세운 1500만건의 3분의1을 달성했다.#2. 일본 부동산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동산투자신탁(REIT)의 시가총액이 2001년 상장 후 최고치인 7조 6144억엔(약 77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68% 증가했다.
미즈호종합연구소의 다카다 하지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14년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탈피하고 실질적인 성장세 전환을 노리기 시작하는 해”라고 단언한다. 기업들이 일본 경제 성장의 두 가지 저해 요소였던 엔고와 자산가치 하락이 유지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에 초식계에서 육식계로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의 ‘육식화’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로 인한 경제적 효과 ▲법인세 인하 등 기업 활동에 대한 정부의 뒷받침 ▲친(親)기업적 아베 정권이 장기 집권할 것이라는 기대 등에 힘입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심지어 주가가 더 오를 여지도 남아 있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미국이나 독일 등은 주가가 점차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일본은 횡보세에 머물렀다. 아베 총리가 집권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에서야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현재 1만 5000대인 닛케이지수가 1만 8000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지표는 일본 경제의 ‘육식화’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2012년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역시 지난해 6월 이후 상승세로 전환된 후 최근 1% 전반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일본의 201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2013년 10월)에서 1.7%로 상향 조정했다.
물론 우려도 상존한다. 노구치 유키오 닛쿄대 명예교수는 ‘허구의 아베노믹스’라는 책을 통해 “실물경제 개선을 위해서는 생산성 높은 산업을 성장시키고 경쟁력을 잃은 산업을 퇴출하는 정리 작업이 필요한데, 화폐 정책으로는 이러한 개선을 이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엔화 약세로 인한 역풍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관건은 올해 2분기다. 4월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충격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할지, 또 오는 6월 발표 예정인 아베 총리의 성장전략이 얼마나 내실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일본 경제의 비상 여부가 달려 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2014-02-03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