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집단자위권 위해 55년 전 판결문까지 동원

아베, 집단자위권 위해 55년 전 판결문까지 동원

입력 2014-04-09 00:00
수정 2014-04-0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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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집단 구분없는 자위권 인정’ 논리…연립여당서 논리비약 지적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논란 많은 집단 자위권 문제를 돌파할 ‘무기’로 자신의 외조부(기시 노부스케) 집권 시절인 55년 전의 대법원 판결을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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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AFP=연합뉴스
아베 신조
AFP=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8일 BS후지 방송에 출연해 최고재판소(대법원)의 ‘스나가와(砂川) 사건’ 판결이 “집단자위권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있다”며 국가의 존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에 집단자위권 행사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스나가와 사건은 1957년 7월 도쿄도(都) 스나가와의 미군 비행장(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현지 주민, 학생 등이 기지 출입을 금지하기 위해 만든 철책을 끊고 기지 영역으로 들어갔다가 미일간 주둔군지위협정에 따른 형사특별법 위반 혐의로 7명이 기소된 사건이다.

1심 재판부인 도쿄지방재판소는 1959년 3월 ‘일본 정부가 미군의 주둔을 허용한 것은 전력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 2항에 위배된다’며 전원 무죄판결을 내렸지만 같은 해 12월 최고재판소(대법원)는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결국 대법원의 판단대로 1963년 피고들에게 벌금형이 최종 확정됐다.

1959년 12월 최고재판소는 하급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우리나라가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그 존립을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자위를 위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은 국가 고유의 권능 행사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베 총리는 바로 이 대목을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주장으로 연결하고 있다. 당시 최고재판소가 집단 자위권과 개별 자위권을 구분하지 않은 채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판시한 만큼 판례상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대법원 판결의 권위로 내각 법제국의 견해에 따른 내각 차원의 결정이었던 기존 헌법 해석을 누르려는 의중이 엿보인다.

1981년 5월 당시 일본 정부는 ‘정부 답변서’를 통해 ‘헌법 9조 하에서 허용되는 자위권 행사는 우리나라를 방어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머물러야 하며 집단 자위권 행사는 그 범위를 초과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했고, 아베 내각 이전까지 역대 내각은 이 같은 헌법해석을 계승해왔다.

55년 전 판결을 꺼내 든 아베 총리는 당장 연립여당 파트너로부터 ‘논리비약’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수장으로, 변호사 출신인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8일 “스나가와 판결은 개별자위권을 인정한 것으로 집단자위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견을 표명했다.

동맹국 등이 공격받았을 때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반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자위권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숙원인 ‘전후체제 탈피’와 ‘보통국가 만들기’를 위한 중대 과업으로 삼는 현안이다.

현 아베 내각은 기존 헌법 해석을 각의(국무회의) 의결만으로 변경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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