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에 쓴소리한 MC들 대거 물갈이

아베 정권에 쓴소리한 MC들 대거 물갈이

이석우 기자
입력 2016-02-02 18:12
수정 2016-02-03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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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뉴스 시사 방송 진행자들 교체 뒷말… 정권 장악력 강해 언론 역할 약화 지적

아베 신조 정권에 ‘쓴소리’를 해 온 일본 주요 방송사의 뉴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올봄 줄줄이 교체될 예정이어서 뒷말이 무성하다. ‘외압’ 때문이라는 근거는 없지만 권력의 입김이 은밀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아베 정권의 ‘장악력’이 전례 없이 강해진 상황에서 언론의 권력 견제 기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에 대한 칼날 같은 논평으로 유명한 기시이 시게타다(71) 앵커는 2013년 4월부터 맡아 온 민방 TBS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 23’에서 3월 말 하차한다. 진보적인 마이니치신문 기자 출신인 그는 특정비밀보호법, 안보법 등 논란 많은 법률을 아베 정권이 강행처리할 때마다 신랄한 비판을 가해 우익 진영에 ‘공적’으로 간주돼 왔다.

역시 사사건건 아베 정권에 비판적이기로 유명했던 후루타치 이치로(61)도 2004년 시작한 TV아사히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보도 스테이션’을 같은 달 그만둘 예정이다.

국영 NHK의 시사 프로그램 ‘클로즈업 현대’의 진행을 맡아 온 구니야 히로코(58)도 마이크를 놓는다. 그는 2014년 7월 아베 내각이 집단자위권 관련 헌법해석 변경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한 직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게스트로 불러 놓고 ‘일본이 전쟁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 ‘헌법 해석을 이렇게 쉽게 바꿔도 되느냐’는 등 핵심을 찌르는 질문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스가 장관 측의 항의를 받고 NHK 회장 등이 사과한 사실이 뒤늦게 보도되기도 했다.

기시이의 경우 낮은 시청률로 고전해 왔고, 출연료가 특급 연예인 수준으로 높은 후루타치는 본인 스스로 수년 전부터 물러날 것을 고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스나카와 히로요시 릿쿄대 준교수는 아사히와 인터뷰에서 “(간판 뉴스 진행자) 교체가 겹친 것은 우연의 요소가 크고 각각의 사정이 있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정권에 비판적인 진행자가 밀려나가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6-02-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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