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박기원展
국립현대미술관이 ‘2010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 박기원(46)은 미술관에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특정 공간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경험하는 것을 작품의 완성으로 보는 박기원의 작품세계는 미술품을 수집하고 잘 보존해서 후세가 널리 감상할 수 있게끔 하는 미술관의 목적과는 반한다. 다음달 30일까지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펼쳐지는 박기원의 개인전 제목은 ‘누가 미술관을 두려워하랴’다.![박기원](https://img.seoul.co.kr/img/upload/2010/04/05/SSI_20100405182230.jpg)
![박기원](https://img.seoul.co.kr//img/upload/2010/04/05/SSI_20100405182230.jpg)
박기원
미니멀 아트(작품의 색채·형태·구성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미술사조)를 촉발시킨 바넷 뉴먼의 1966년 작품 제목 ‘누가 빨강 노랑 파랑을 두려워하랴’를 빌린 것이다.
이번에는 국립현대미술관 2000㎡(605평) 공간에 2000m의 시트지를 붙이고(작품 제목 ‘배경’), 2t의 가는 철사를 풀어 쌓아 올리고(‘희미한’), 비닐 소재의 투명한 벽(‘에어월’)을 만들었다.
박기원은 “가장 좋은 전시는 몸과 마음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며 “넓은 벌판과 숲을 실내로 옮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두께 0.2㎜의 철사는 건초 더미처럼 보인다. 관람객들이 숲에서 산책하는 기분을 주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얘기다. 처음에는 스펀지를 미술관 바닥에 설치하려고 했으나 화재 위험 때문에 솜털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가는 철사로 대체했다.
작품 ‘배경’은 옥색의 시트지를 중앙홀 전체에 펴 발랐다. 관람객은 신발을 벗고 미술품 위를 걸어다니며 대화를 나누거나 바닥에 앉아 온몸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04-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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