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Artist & Space) - ④서도호 작가[동영상]

작업실(Artist & Space) - ④서도호 작가[동영상]

입력 2012-04-04 00:00
수정 2012-04-0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서울 한남동의 리움미술관에서 3월 22일부터 서도호의 개인전 ‘집 속의 집’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그가 10여년 만에 한국에서 갖는 대규모 전시입니다. 40여 점의 조각.설치.영상. 드로잉을 통해 집과 공간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울,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등을 오가며 세계적 작가로서 글로벌 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는 그를 리움 미술관과 성북동 작업실에서 만났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는 반투명한 천으로 여러 가지 집을 재현해 미술관에 들여 놓았습니다. 한옥의 솟을 대문이 수면에 비친 모습의 설치 작품 ‘투영’을 보면서 경사로를 따라가면 색깔의 은조사 천으로 재현된 다양한 모양의 집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가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성북동의 한옥 본채를 옥색 은조사로 지은 ‘서울집 / 서울집’을 비롯해 작가가 실제로 살았던 뉴욕과 베를린의 아파트, 건물의 파사드를 다양한 색깔의 반투명한 천으로 만들어 설치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한 마디로 비현실적입니다. 길이 15m의 ‘서울집’은 공간에 둥둥 떠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 보면 대들보와 문 창호와 창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닥에 설치된 아파트 건물은 실제로 들어가 볼 수도 있습니다. 문고리, 화장실 변기, 세면대, 전기 콘센트와 스위치까지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하게 재현해 놓았습니다. 재료가 주는 부드러움, 섬세함, 날아갈 듯한 가벼움은 마치 신기루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기억 속의 한 장면을 들여다 보는 느낌을 줍니다.

그가 집을 주제로 작품을 발표한 것은 10여년 전부터 입니다. 나이 서른에 운명적인 힘에 의해 미국으로 유학을 간 그가 이국 땅에서 느낀 것은 ‘어색함’과 ‘이질감’이었습니다. 다른 두 개의 문화가 만난 낯선 공간. 생김새와 언어, 문화, 계량 단위까지 모든 것이 생소했던 그 공간에 익숙해 지기 위해 그는 자를 사용했습니다. 그를 둘러싼 공간의 모든 것을 재면서 차츰 그 공간에 연착륙을 시도합니다. 그런 과정이 형상화된 것이 작품 <별똥별- 1/5>입니다. 미국 유학시절 느낀 이방인으로서의 감정을 표현한 <별똥별 1/5 >은 작가의 작가적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살았던 성북동 한옥이 태평양을 건너 날아 와 낙하산을 타고 미국의 타운하우스 옆구리에 와서 부딪힌 모습입니다. 실제 크기의 5분의 1로 축소해 제목이 그렇게 나왔습니다.

<별똥별> 작품 속 집의 단면들 속에는 다양한 삶의 단편들이 미니어쳐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그 정교함이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아기자기해서 귀엽고 재미있지만 그보다 훨씬 풍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질적인 삶과 다른 문화들이 어울려 한 집에 살고 있는 모습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집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들은 다분히 건축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 집은 물질적인 집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집이라는 물질적인 요소 외에 보이지 않지만 집과 함께 존재하는 개인의 기억과 그가 존재한 공간의 문화 등 비물질적인 요소들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집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공간의 이동과 문화의 이동, 개인과 문화, 그 정체성의 경계에 대해 지속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것에 대한 대답을 3차원적인 작품으로 형상화한 것이 그의 작품들입니다. 그 단초를 제공한 것은 어릴 적 한옥에서 살았던 경험입니다. 아버지(동양화가 서세옥)가 창덕궁 안에 있던 연경전을 본따 1970년대에 지은 한옥은 서양식 주택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이동을 하듯이 문을 들어가면 과거가 되지만 반대로 그 문을 나오면 현대로 이동하게 합니다. 공간이 바뀜에 따라 시간도 달라지고, 문화도 확연히 달라집니다. 현실과 거리가 먼 비현실적인 상황이 전개되는 ‘공간의 이동과 문화의 이동’에 대한 작가의 표현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성북동의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작업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가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들”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는 작품이 구체화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는 함께 만들어 가는 이 과정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고 했습니다.

서울과 도쿄, 뉴욕, 런던을 오가며 작품을 발표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는 진정 ‘글로벌 노마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구상하는 미래의 집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집니다. 집이 걸어다니는 등 의인화된 집을 드로잉한 작품과 영상 설치작품들에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뉴욕과 서울간 1만 1080km 거리를 연결하고 그 중간 지점인 태평양 한 가운데에 집을 세우는 다리 프로젝트와 물방울로 다리를 만들어 부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그의 꽉 짜인 전시일정은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서의 위상을 가늠하게 해 줍니다. 미국에서 오래 전부터 추진된 두 개의 프로젝트가 올해 완성될 예정입니다. 8월에는 일본 히로시마미술관, 11월에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개인전이 있고, 9월에 광주 비엔날레,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는 고종의 침전인 함녕전 프로젝트가 잡혀있습니다. 백남준 이후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작가로 꼽히는 그가 어떤 작품들을 발표할지 기대해 봅니다.

기획 / 함혜리 영상에디터 lotus@seoul.co.kr

연출 / 박홍규PD gophk@seoul.co.kr

영상 / 문성호PD sungho@seoul.co.kr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