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기 명인 작곡 ‘아름다운 조우’
“춤을 추기 위해 작곡한 곡은 없지만, (작품이)많은 무용공연의 음악으로 활용됐습니다. 발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처음이라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죠.”![](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9/10/SSI_2012091017495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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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을 시작한 것이 1962년이니 올해로 작곡 인생 50년을 맞았다.”고 운을 뗀 황 명인은 “첫 작품 ‘숲’으로 무용작품을 만든 사람은 미국 안무가 캄 어스였다. 일본 무용가 4명이 등장해 1965년 미국 하와이에서 공연했는데 어찌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발레 수준은 1990년대에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2000년대 들어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그 발전을 이끈 국립발레단이 내 음악을 택해 실험적이고 독자적인 레퍼토리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한 최태지 단장은 “해외에서 한국 창작발레는 왜 많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 부끄럽기도 했다.”면서 “2년 전부터 국악과 함께하는 작품을 만들려는 계획을 세워 드디어 무대에 올리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에 선보이는 작품은 국립발레단 발레마스터 박일의 ‘미친 나비 날다’, 중요무형문화재 92호 태평무 이수자인 정혜진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의 ‘달’,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의 안무가로 활동하는 니콜라 폴의 ‘노보디 온 더 로드’(Nobody on the Road)다.
김삿갓의 이야기를 큰 줄기로 한 ‘미친 나비 날다’는 황 명인의 ‘아이보개’, ‘전설’, ‘차향이제’를 배경음악으로 풍류를 즐기는 양반과 기생의 놀이를 우아하게 뒤섞었다. ‘달’은 옛 여인들이 그리움과 사랑을 기원한 달이 소재다. 황 명인의 ‘밤의 소리’와 ‘침향’을 활용해 한국무용과 발레의 만남을 시도했다.
“이번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한국전통음악을 처음 접했다.”는 폴은 “황 명인의 작품(‘비단길’)을 들으면서 절도 있고 절제된 음악 안에 수많은 감정과 긴장감이 녹아 있는 것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그는 “유럽에서 태어나고 자란 배경을 가진 안무가로서 한국음악을 들었을 때 뒤흔들렸던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다.”면서 “달항아리 같은 오브제를 이용해 발레와 현대무용이 조화를 이룬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27~2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2만~6만원. (02)587-6181.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12-09-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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