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 갤러리 ‘당대수묵전’ - 서울대 미술관 ‘한-대만 수묵화전’
노랗게 물든 은행잎과 함께 깊어 가는 가을에는 묵향이 진하게 풍기는 수묵화가 제격이다. 전통적 수묵화도 좋지만 전통에서 출발해 동시대의 감성으로 재탄생한 현대적 수묵을 선보이는 전시들이 발길을 모은다.![김호득 작 ‘겹-사이’. 전통 수묵의 현대적 소통 방식을 고민해 온 중국 작가 웨이칭지의 작품 ‘파라마운트산을 정복하라’. 철로 만든 거친 나룻배와 철판에 불교의 반야심경 전문을 쓰고 오려 낸 조환의 설치작업 ‘무제’. 관념적 동양화에 치우치지 않고 물질이 가진 성격과 기법의 확장으로 작품의 범위를 넓혔다. <이상 학고재 갤러리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15/11/02/SSI_20151102171123_O2.jpg)
![김호득 작 ‘겹-사이’. 전통 수묵의 현대적 소통 방식을 고민해 온 중국 작가 웨이칭지의 작품 ‘파라마운트산을 정복하라’. 철로 만든 거친 나룻배와 철판에 불교의 반야심경 전문을 쓰고 오려 낸 조환의 설치작업 ‘무제’. 관념적 동양화에 치우치지 않고 물질이 가진 성격과 기법의 확장으로 작품의 범위를 넓혔다. <이상 학고재 갤러리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15/11/02/SSI_20151102171123.jpg)
김호득 작 ‘겹-사이’. 전통 수묵의 현대적 소통 방식을 고민해 온 중국 작가 웨이칭지의 작품 ‘파라마운트산을 정복하라’. 철로 만든 거친 나룻배와 철판에 불교의 반야심경 전문을 쓰고 오려 낸 조환의 설치작업 ‘무제’. 관념적 동양화에 치우치지 않고 물질이 가진 성격과 기법의 확장으로 작품의 범위를 넓혔다. <이상 학고재 갤러리 제공>
김선두는 수묵과 채색, 선과 형상 간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을 통해 삶의 감동을 표현한다. 투박한 닥종이의 느낌이 살아 있는 장지에 색을 칠하고 이를 여러 겹 중첩한 뒤 색이 우러나오도록 하거나 칼로 문양을 오려 낸 다음 그 위에 자연을 화사한 수묵 채색으로 담아낸다. 할미꽃에서 자연의 거친 힘을 보았다는 그의 작품 ‘별을 보여드립니다-붉은 땅’은 붉게 표현된 바탕에서 생명이 솟아나는 듯하다. 작가 김호득은 “먹으로 정신과 물질을 다 표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40년 넘게 검은 먹과 씨름해 왔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먹과 묵의 어둠과 깊음이 주는 다양함을 찾기 위해 꾸준히 탐구해 왔다”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먹으로 그어 내는 일필휘지로 하얀 여백 위에 검은 먹의 자취를 힘차게 표현한 작품 ‘겹-사이’ 연작을 선보였다.
1980~90년대 수묵 인물화와 도시 풍경을 그리며 전통 회화가 무엇인지를 고민한 작가 조환은 수묵의 기본이 되는 먹을 다시 바라보자고 마음먹었다가 아예 그것을 “버리고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그는 먹과 붓 대신 용접기, 철판과 같은 비수묵적 재료를 집어들고 수묵의 오묘한 세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철로 만든 거친 황톳빛 나룻배와 대형 병풍처럼 글을 새긴 철판 설치작품을 내놓았다. 배는 어지러운 세상을 넘어 피안의 극락정토를 갈 때 타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이고, 녹슨 철 병풍에 쓰인 글은 당나라 서예가 장욱(張旭)이 쓴 반야심경 구절을 철판에 페인트로 임서하고 오려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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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대만 작가 양스즈의 ‘움직이는 산’과 김희영의 ‘선,율’. 서울대 미술관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15/11/02/SSI_20151102171338_O2.jpg)
![서울대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대만 작가 양스즈의 ‘움직이는 산’과 김희영의 ‘선,율’. 서울대 미술관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15/11/02/SSI_20151102171338.jpg)
서울대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대만 작가 양스즈의 ‘움직이는 산’과 김희영의 ‘선,율’. 서울대 미술관 제공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거시와 미시: 한국과 대만 수묵화의 현상들’은 한국과 대만의 동시대 수묵화를 조명하고 있다. 각각 고유하면서도 서로 동질적인 역사와 사회적 배경을 갖는 두 나라 작가들의 작품에 담긴 역동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동아시아 공통의 오랜 역사를 갖는 수묵화 분야에서 각각 역사, 지리적 차이를 바탕으로 발전한 특유의 흐름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신영상, 김호득, 김희영, 임현락, 정용국, 리이훙, 리마오청, 양스즈, 황보하오 등 9명의 작가가 출품한 수묵화 37점이 전시된다. 오는 22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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