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 가수 박인희 35년 만에 컴백
새달 30일 올림픽홀서 내한 공연“20대부터 꾸준히 활동해 왔더라도 늙고 목소리가 변하면 열광하던 팬들도 하나둘씩 떠나는 게 흔한 일이에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소식 하나 없는데도 저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어요.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감히 무대에 오르겠어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35년 만에 국내 컴백 콘서트를 갖는 1세대 여성 포크 싱어송라이터 박인희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활짝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6/03/14/SSI_20160314165556_O2.jpg)
연합뉴스
![35년 만에 국내 컴백 콘서트를 갖는 1세대 여성 포크 싱어송라이터 박인희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활짝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6/03/14/SSI_20160314165556.jpg)
35년 만에 국내 컴백 콘서트를 갖는 1세대 여성 포크 싱어송라이터 박인희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활짝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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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끼리’는 혼성 듀오 ‘뚜아에무아’ 시절 직접 작사·작곡해 큰 인기를 끌었던 노래로, 이날 직접 부르기도 했다. 박인희는 일흔이 넘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음색을 들려줘 큰 박수를 받았다.
35년 전 돌연 미국으로 간 까닭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박인희는 전날 잠이 오지 않아 읽었다는 책을 하나 꺼내 들었다. 1987년 발간한 산문집이다. 그는 한 대목을 낭독하며 당시 심경을 에둘러 표현했다. “가수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자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강요받게 됐다. 추측으로 도마 위에 난자당하는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유명인 뒤에는 내면의 붕괴가 컸다. 내가 언제 빵 한 조각을 위해 노래를 했던가. 아니다. 스타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다. 그럼 왜 노래를 했나. 노래가 좋아서.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만큼 영원히 살아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절정의 순간, 타성에 젖게 되자 자신을 되돌아보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떠났다는 박인희는 10여년 전 미국 샌타모니카에서 우연히 만난 한 팬 덕택에 노래에 대한 씨앗을 다시 마음속에 품게 됐다고. “제 LP와 CD를 소중히 간직해 온 팬에게 정말 감동받았어요. 그때 앨범 하나 정도는 다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키우게 됐죠. 예전의 모습과 목소리는 아니지만 세월의 흔적을 따라갈 수 있는 노래를 하나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이번 공연으로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박인희는 올해 가을쯤 새 음반을 낼 계획이다. ‘가수’보다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활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라디오 DJ 활동 가능성도 열어 놨다. “그간 써 놓은 노래가 60여곡 되고 20~30곡을 추려 놓은 상태예요. 20대 때와는 다른 삶의 궤적, 연륜에 맞는 곡들이죠. 가수 박인희가 아닌 자연인 박인희로 만든 곡이기 때문에 제게 어울리는 곡은 직접 부르거나 듀엣을 할 수도 있겠지만 더 어울리는 동료 후배 가수를 통해 발표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날 중장년 팬 수십명이 간담회장을 찾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활동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은 팬클럽 ‘박인희와 함께’ 회원들로, 전체 회원 수가 14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조현수(58)씨는 “1970년대 고등학생 시절 박인희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많이 들었다. 당시에도 영혼을 위로해 주는 것 같은 그의 노래를 정말 좋아했지만 50세가 넘어서며 더 그리워졌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6-03-1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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