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윤·오다교 ‘땅, 소비되는 신화’
![송지윤(왼쪽) 작가와 오다교 작가. 두 사람 모두 동시대 자연을 그렸지만 서로 다른 풍경을 빚어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2/11/SSC_20250211011239_O2.png.webp)
![송지윤(왼쪽) 작가와 오다교 작가. 두 사람 모두 동시대 자연을 그렸지만 서로 다른 풍경을 빚어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2/11/SSC_20250211011239_O2.png.webp)
송지윤(왼쪽) 작가와 오다교 작가. 두 사람 모두 동시대 자연을 그렸지만 서로 다른 풍경을 빚어냈다.
서울 강남구 서정아트에서 선보이고 있는 송지윤(45), 오다교(34) 작가 2인전 ‘땅, 소비되는 신화’에서는 같은 ‘동시대의 땅’을 그렸지만 다른 재료와 해석으로 탄생한 서로 다른 땅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두 작가 모두 땅을 단순히 자연적 요소에 한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인간 존재와 사회적 관계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코드로 확장시킨다. 이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간과하고 있는 땅이 지닌 의미와 밀도를 되새김한다.
오다교는 흙이라는 직관적인 재료를 가져와 은유적인 표현을 한다면, 송지윤은 언젠가 만났던 것 같은 오브제를 가져와 공상 세계와 같은 화면을 만들어 낸다.
오다교는 흙, 모래, 숯과 같은 원초적 재료를 안료, 접착제와 섞고 한 층 한 층 쌓아 올려 땅의 질감과 수분을 표현한다. 검은색과 짙은 녹색은 비 온 다음날 아스팔트 위를 걷는 듯한 인상을 준다. 오다교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동시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어 기록하는 작업”이라며 “일시적인 풍경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그림은 ‘리플렉티브’라는 제목처럼 단순히 자연을 관찰하는 것이 아닌, 자연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반면 송지윤의 문제의식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접한 소비되는 땅, 대지의 모습에서 시작됐다. 해 질 녘 혹은 동트기 직전과 같은 붉은 배경 속에 자리잡은 오브제들을 작품 곳곳에 배치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고대 그리스 신전 기둥, 이국적인 식물, 기암괴석이 함께했다. ‘오디세이’, ‘플로팅 피스’ 등에서 땅은 고정된 실체가 아닌 디지털 시대의 맥락에서 소비되고 재구성되는 장소성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송지윤은 “더이상 자연은 온전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잘 꾸며진 리조트, 비싼 휴양지 등과 같은 물질화된 코드로 전락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 내는 새로운 세상, 서정이 다가오는 동시대의 자연을 그렸다”고 말했다.
전시는 존재의 시작이자 끝을 품고 있는 상징적 기호인 ‘땅’의 의미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변화됐는지, 또 소비 방식에 의해 어떤 새로운 신화로 읽힐 수 있는지를 교차해 보여 준다. 그 속에서 우리는 서 있는 땅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할 여지를 찾는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2025-02-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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