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만 모른다, 한국의 위대함

한국인만 모른다, 한국의 위대함

입력 2013-08-24 00:00
수정 2013-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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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이매뉴얼 패스트라이시 지음/21세기북스 276쪽/1만 5000원

아프다. 우리의 속사정을 꿰뚫고 있는 벽안의 외국인이 여유만만하게 웃는 얼굴로 잘못을 콕콕 집어 댄다. 앞서 저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통해 스스로의 문화유산을 경시하는 한국 사회를 비판했던 바로 그이다. 이만열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졌을 만큼 ‘한국통’이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 지적하는 건 명료하다. 당신 내면의 보물을 보라, 그리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라는 거다. 저자의 눈에 비친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자신의 위상에 대해 모순적인 태도를 가졌다. 여러 면에서 한국은 1등 국가에 바짝 다가섰다. 내면에 국가 브랜드로 내세우기 충분한 ‘엄청난’ 역사와 전통도 가졌다. 한데 여태껏 제대로 자신을 알리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 한국 정부 스스로도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어떤 면에서는 되레 부끄러워하거나 하찮게 여기면서 그것들을 점점 없애고 있다.

그 배경 중 하나가 이른바 ‘새우 콤플렉스’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세계 최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 이 ‘고래들’이 힘겨루기를 벌이는 와중에 등 터지는 아픔을 감내해야 했던 건 한국이었다. 그 탓에 ‘새우는 튀어 봐야 새우’란 생각이 암암리에 국민을 지배하게 됐다는 거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정체성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삼성·LG가 만든 TV 보고, 현대·기아가 만든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그걸 만든 나라가 한국이라고 하면 “고뤠?”라고 되묻는다. 그러다 보니 부당한 대접도 받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게 있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은 B급 국가 아냐?’란 세계의 시각 때문에 당하는 불합리한 대우를 뜻한다. 저자는 한국이 ‘당하는’ 디스카운트 비율이 평균 9.3%에 이른다고 했다. 이 수치를 2011년 한국 총수출액(약 625조원)에 대입하면 무려 58조원에 달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탓에 날려 버린 액수치고는 너무 크다.

대중문화 용어로 비유하자. 저자의 주문은 ‘캐릭터 설정’을 제대로 하라는 거다. 그가 제시한 몇 가지 대안 가운데 하나가 ‘선비 정신’이다. ‘대한민국 대표 가방끈’을 맨 이들에게 공자왈 맹자왈 하라고 멍석을 깔아 주자는 게 아니다. 지식인의 염치, 사회적 책임감 등을 강조하자는 뜻이다. 되짚어 보면 여태 그렇지 않았다는 준엄한 지적일 터다. 옛 선비들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가 깊고 참여적이었다. 최고의 지식을 쌓기 위해 갈고 닦길 게을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부정을 마주하고 눈 돌리는 걸 수치로 여겼다. 이쯤 되면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서도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가치가 아닐까.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3-08-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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