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말하는 ‘거래의 기술’
지난 한 주는 숨막히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시작은 화요일 ‘북·미 정상회담’이었고, 하루 뒤 이어진 ‘지방선거’는 향후 정국의 향방을 제시했다. 4년마다 한국인을 들었다놨다 했던 월드컵은 명함도 못 내민 한 주였다. 지방선거가 크게 회자되었지만 세인들의 시선은 아무래도 북·미 정상회담에 쏠렸다고 해야 할 듯하다. 왜 안 그렇겠는가. 한반도의 내일이,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담긴 일 아니던가.1988년 신문에 실린 거래의 기술 광고.
2004년 재출간한 거래의 기술.
올해 다시 나온 거래의 기술.
‘거래의 기술’은 일종의 회고록이다. 트럼프는 성서 다음으로 ‘거래의 기술’을 좋아한다고 자화자찬했는데, 자신의 삶에 ‘성공을 위한 11가지 지침’을 버무린 형식을 취하고 있다. 11가지 지침은 ‘크게 생각하라,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 지렛대를 사용하라, 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언론을 이용하라,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다. 여느 자기계발서와 차별성을 발견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트럼프는 이 11가지 지침에 따라 막대한 재산과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까지 쟁취했다.
실제로 막말의 달인이라는 선입견을 제거하고 ‘거래의 기술’을 읽어 보면, 트럼프는 요즘 말로 ‘허세 쩌는’ 사기꾼이 아니라 ‘대단히 치밀하고 집요한 협상가’이자 말 그대로 ‘거래의 달인’이다. 언론마저 길들이려 했던 트럼프의 생각 중 한 대목이다. “언론은 항상 좋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고, 소재가 좋을수록 대서특필하게 된다는 속성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중략/ 나는 일을 조금 색다르게 처리했으며, 논쟁이 빚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내가 관여한 거래는 다소 허황돼 보이기도 했다. /중략/ 신문이 나를 주목하게 되어 내 기사를 쓰지 못해 안달을 하게 됐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2018-06-16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