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변화무쌍한 인생,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변화무쌍한 인생,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입력 2018-10-18 22:18
수정 2018-10-1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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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국에 집을 두고… 나는 노마디스트/손켄 지음/북루덴스/232쪽/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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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읽은 동화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마법은 강했다. 나는 이야기 이후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왕자와 공주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고, 왕국은 자비로운 왕의 치세하에 태평천하를 누렸을 테니까. 죽을 때까지. 그들의 인생은 한창 젊을 때 이미 결정이 났다. 그들을 보며 나는 인생이 스물 언저리, 혹은 늦어도 서른 즈음에는 결정 난다 믿었다. 그리고 그 후에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겠지.

그 믿음은 오래도록 깨지지 않았다. 동화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수많은 성공담이었다. ‘그래서 나는 부자가 됐다’, ‘그래서 나는 세계를 제패했다’, ‘그래서 나는 ***이 됐다’. 그들이 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보이지 않는 잉크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영원무구토록.”

그러나 인생이 그렇게 간단하던가. 삶은 외적인 요인에 의해서건 내적인 요구에 의해서건 끊임없이 변한다. 이 책의 저자가 고려대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한 학위를 가지고 러시아 통역사가 되려고 뉴욕에 상륙했을 때, 사람들은 아마도 쉽게 이 영민한 청년이 통역사로 성공한 모습을 그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매번 닥쳐온 고민을 충실하게 끌어안았고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그가 뉴욕에서 MBA를 선택한 뒤 글로벌 금융회사의 투자 전문가로 돈을 긁어모으기 시작했을 때도, 아마 사람들은 그가 맨해튼의 아파트에서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이 이야기가 끝날 줄 알았으리라. 그러나 그는 그 시점에서 또 다른 인생의 변화를 계획한다. 그리고 지금은 ‘5개국에 집을 두고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는 노마디스트’다. 책 제목 그대로.

젊은 나이에 자아를 찾아 인도에 갔다가 허랑하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배낭여행비를 그때그때 충당하는 이들과는 완연히 다르다. 제목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5개국에 집을 두고’와 ‘노마디스트’지만, 나는 그 사이에 끼인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는’을 눈여겨보게 된다. 끊임없는 선택과 판단의 시간 속에서 그는 어느 하나 충동적으로 결정하지 않았고, 새로운 길을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며 뚫고 나갔다. 최근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중국 근대역사학 박사학위를 딴 뒤 고려대와 마드리드대에서 강의를 하는 그의 삶이 또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도 그 자신도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중요한 건 무엇이 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일 테니까.

2018-10-19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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