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굴욕, 수치 그리고 통합… 몰랐던 中 현대화를 추적하다

몰락, 굴욕, 수치 그리고 통합… 몰랐던 中 현대화를 추적하다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23-03-24 02:04
업데이트 2023-03-24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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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의 탄생/클라우스 뮐한 지음/윤형진 옮김/너머북스/908쪽/5만 2000원

중국을 제대로 이해 못한 서구
오해·무지로 현대화 과정 놓쳐
청나라부터 시진핑까지 분석

19세기 빚어진 경악스런 몰락
20세기 굴욕을 통합으로 전환
수치는 현대 국가 건설 자극제
세계 무대서 떠오른 中의 위상
아직은 부분적이고 미완 단계
가장 큰 과제는 정치개혁 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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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 지도자 시진핑과 그의 구호인 ‘중국몽’을 선전하는 광고판 앞을 지나는 베이징 사람들. 너머북스 제공
중국 최고 지도자 시진핑과 그의 구호인 ‘중국몽’을 선전하는 광고판 앞을 지나는 베이징 사람들.
너머북스 제공
“중국은 분명히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로 부상했지만, 우리는 중국이 어떻게 그리 빨리 컸는지 알지 못한다. 약 30년 전 외교 정책 입안자들은 여전히 중국 공산당의 임박한 붕괴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20년 전에도 그들은 중국의 신용 및 주택 시장의 붕괴를 예측하고 있었고, 10년 전만 해도 중국의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정치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듀크대 출판부가 밝힌 새 책 ‘현대 중국의 탄생’의 리뷰 중 일부다. 서구에서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가 없다는 걸 꼬집는 말이다. 짜증과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지금 미국 등 서구에서 일고 있는 중국 공포의 물결도 결국 오해와 무지가 근본 원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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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의 탄생’은 ‘현대 중국의 교과서’를 자임한 책이다. 그래서 두툼하다. 공포스러울 정도다. 중국에 대한 개설서는 이미 많다. 그런데도 두꺼운 ‘교과서’로 경쟁에 나선 이유는 종전의 명저들이 시차 등의 이유로 현대 중국의 변화상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의 모습에 변화가 생겼다면 과거의 모습도 미세 조정이 불가피하다. 잘못 본 것도, 덜 본 것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1644년 청나라부터 2017년 시진핑 체제까지 중국 현대화의 과정을 추적한다. 오늘날 중국의 부상이 1978년 덩샤오핑 집권 후 40년 동안 이뤄졌다는 주류 견해와 출발점이 사뭇 다르다. 저자는 이를 네 구간으로 나눠 분석했다. 1644~1900년 청나라, 1949년까지의 중국 혁명, 1977년까지 마오쩌둥의 중국 개조, 그리고 현재까지의 중국 부상이다.

저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더글러스 노스의 이론을 분석의 틀로 삼았다. 역사의 변화가 사회, 경제 제도에 대한 다양한 국가들의 적응을 통해 일어난다는 관점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개인이나 지배적인 사회 계층보다 사회 규범, 경제 관행, 정치 시스템, 지적 신념과 같은 제도를 역사의 원동력으로 본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 결정론과 같은 논리는 거부되고 건륭제, 장제스, 심지어 마오쩌둥 같은 이들조차 제도 앞에 선 개인들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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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엔 중국의 자연지리부터 국내총생산(GDP)과 인구를 표시한 지도까지 모두 25개의 인문 지도가 실려 있다. 사진은 2010년 중국 내 인구의 이동을 표시한 지도로, 톈진과 상하이 등 대도시로 이주한 인구가 부쩍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너머북스 제공
책엔 중국의 자연지리부터 국내총생산(GDP)과 인구를 표시한 지도까지 모두 25개의 인문 지도가 실려 있다. 사진은 2010년 중국 내 인구의 이동을 표시한 지도로, 톈진과 상하이 등 대도시로 이주한 인구가 부쩍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너머북스 제공
19세기 빚어진 중국의 몰락은 경악스러웠고 회복력은 두드러졌다. 좌절과 냉소로 20세기를 맞은 중국은 굴욕을 통합의 힘으로 바꿨고, 수치는 현대 국가 건설의 자극제로 삼았다. 단일 모델을 고수하지 않고 여러 정치, 경제 제도들이 차려진 메뉴에서 선별해 자신들의 제도를 파괴하고 혁신했다. 청 말과 군벌 시기 군산복합체의 대두, 난징 국민정부 시기의 국민적 발전국가와 2차 세계대전 기간의 전시 경제 동원, 마오쩌둥 시기의 계획경제 체제 등을 거치며 느리게 성장했던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의 포용적 경제 제도가 도입된 다음에야 진정으로 비상의 날개를 폈다.

저자는 “그러나 중국의 부상은 아직 부분적이고 미완”이라며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정치개혁”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1978년 이후 포용적인 경제 제도에 기반한 경제적 현대화는 정치 제도와 분리되었기에 중국이 장기간 지연된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데 실패한다면 경제적 부상이 지속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손원천 선임기자
2023-03-2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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