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심사평] 설득력 있는 논리 전개로 ‘속도’ ‘가벼움’의 미학 분석

[2016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심사평] 설득력 있는 논리 전개로 ‘속도’ ‘가벼움’의 미학 분석

입력 2015-12-31 16:50
수정 2015-12-3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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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 부문에 투고된 글들은 많지 않았지만, 최종 당선작을 놓고 경쟁할 수 있는 글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전체적으로 시 비평이 훨씬 더 많고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심사위원들은 세 부분의 측면에서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 이광호(왼쪽), 황현산 문학평론가.
심사위원 이광호(왼쪽), 황현산 문학평론가.
우선은 문학비평의 ‘문장’이다. 비평도 문학적 글쓰기의 일부라고 할 때, 읽을 수 있는 정확한 문장과 매력적인 문체를 구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두 번째는 텍스트에 대한 분석력이다. 문학비평은 텍스트를 매개로 하는 글쓰기이고, 텍스트에 대한 섬세한 분석력 없이는 존재하기 어려운 장르이다. 세 번째는 개념의 엄밀한 사용이다. 이론 공부에 치우친 문학비평 지망생들의 흔한 오류 중의 하나는 섬세한 독서 안에서 내적 논리를 발견하지 않고, 이미 알려진 거대한 개념들을 비평에 쉽게 적용시키려는 문제이다. 개념으로의 환원이라는 유혹을 견디면서, 섬세한 읽기가 어떻게 섬세한 문장으로 실현되는가를 보여주는 글쓰기가 비평이다.

‘진화하는 사랑 공동체’는 이근화와 장석원의 시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유려한 문장은 가독성이 있으나 ‘사랑’이라는 익숙한 관념을 텍스트의 고유성을 통해 예각화하는 데는 부족함이 있다. ‘너는 이제 미지의 즐거움이다’는 황인찬의 시를 대상으로 하여 ‘미지’로서의 미학적 특이성을 규명하고 있다. 발랄한 문장이 흥미로운 글인데, 전체적으로 산만한 전개를 보여주었다.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의 질주’는 이원의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를 대상으로 ‘속도’와 ‘가벼움’의 미학을 분석해낸다. 때때로 큰 개념을 적용하는 문제를 보여주기는 했으나 안정적이고 절제된 문장, 텍스트에 대한 성실한 접근, 설득력 있는 논리 전개 등이 돋보였다. 비평의 무기력이 널리 퍼져 있는 시대에 잠재력을 가진 비평가를 만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2016-01-01 4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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