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의 옛수도 바라주딘으로 관광오세요”

“크로아티아의 옛수도 바라주딘으로 관광오세요”

입력 2015-08-13 15:21
수정 2015-08-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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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주딘 거주 피아니스트 견종진씨 “클래식 한류 전파가 꿈”

’꽃보다 누나’라는 TV 프로그램으로 유명해진 나라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를 낀 발칸반도의 이 나라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2013년만 해도 7만 5천 명이었지만 지금은 3배 이상 늘어난 24만여 명이다.

수도 자그레브에서 2시간 정도 자동차를 달리면 만나는 인구 5만여 명의 바라주딘시. 고성(古城), 박물관, 그레고리 닌 주교 동상, 성당, 공원, 광장 등 바로크풍의 이 도시는 ‘작은 오스트리아 빈’으로 불린다.

이 도시에는 유일한 한국인 견종진(여·48) 씨가 살고 있다. 어머니 팔순 잔치에 참석하러 10년 만에 고향인 서울을 찾은 그를 13일 명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하기 전 언제, 어떤 이유로 바라주딘에 갔고,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엄마의 손을 잡고 나온 9살짜리 아들을 본 순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서울 출생인 그는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선화예술학교,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를 순탄하게 졸업했다.

”여느 피아니스트들처럼 저도 1990년 오스트리아 빈에 유학했어요. 그런데 도시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았죠. 빈 국립대를 1년 넘게 다니다 1992년 독일 베를린대 음악과로 옮겼어요.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1997년 결혼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바라주딘으로 왔죠.”

그는 1999년부터 바라주딘 공립학교에서 피아노 교사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그레브 음대에서 전문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이 과정은 석사보다는 높고, 박사보다는 아래에 해당한다. 이 과정이 생긴 이후로 최초로 학위를 받았고 당연히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탄탄대로인 듯한 그의 인생에도 굴곡이 있었다. 오스트리아에 여행하러 온 남편과 만나 국제결혼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이혼해야 했던 일이다. 서로 성격이 맞지 않아 갈라서기로 했지만 아이들 양육 문제로 4년간의 소송 끝에 지난해 남남이 됐다. 아들은 엄마가, 딸(17)은 아빠가 키우고 있다.

”국제결혼한 여성들이 생각과 문화 차이로 남편과 잘사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죠. 저도 같은 아픔을 겪었어요. 그러나 지금 만족하며 삽니다. 바라주딘도 마음에 들고요. 저는 절대 이 도시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

이 도시에 혼자 살고 있기에 그는 ‘걸어 다니는 한국 홍보 전도사’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를 보면 ‘한국이 어떤 나라냐’ 등을 꼬치꼬치 캐묻는다. 충실하게 대답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을 알리는 것이다.

자신이 한국인이고, 한국인은 예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연간 3∼4차례 피아노 독주회를 열고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기도 한다.

”이곳 사람들은 자기네들보다 한국이 잘사는 나라라고 알고 있어요. 어쩌면 한류 때문이겠죠. 수도 자그레브에는 한국 문화를 배우겠다는 한류 팬들이 만든 단체가 활동할 정도지만 우리 도시까지는 전파되지 않았어요. 곧 오겠죠. 누군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면 기꺼이 개인교수를 해줄 생각인데, 아직 없네요.”

지난해 바라주딘에서는 크로아티아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한국 문화 주간’ 행사가 열렸다. 한국 영화 상영, 의류 전시회 등을 통해 한국을 알린 것이다. 당시 견 씨는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한국을 알렸다.

그는 반대로 바라주딘을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알리는 활동도 한다. 최근 크로아티아가 한국에 알려지면서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지만 수도 자그레브나 두브로브니크 등 유명 관광지만 찾을 뿐 바라주딘까지는 발길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가이드 활동에 열심인 이유다.

”우리 시는 깨끗하고, 아기자기한 곳이에요. 음악회도 자주 열리고요. 과거 크로아티아의 수도였답니다. 굉장히 아름다워요. 크로아티아의 작은 바로크 도시에 놀러 오십시오.”

오는 20일부터 10일간 바라주딘에서는 ‘산책 페스티벌’이 열린다. 도시 골목골목에 좌판을 깔고 관광객에게 수공예품과 전통 식품 등을 파는 축제다. 서커스, 거리 공연 등도 곁들여져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

견 씨에게는 꿈이 있다. 바라주딘에 ‘클래식 한류’를 전파하는 것이다. 최근 콘서트 매니지먼트사를 차린 이유이기도 하다. 주로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초청 대상이다.

지난 4월 말 첼리스트 여미혜가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내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을 초청할 예정이다. 이형민·조지형 단국대 교수, 최희연 서울대 교수 등도 그의 초청 예정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

”한국인으로서는 크로아티아 시민권 취득 1호인 저는 원하든 원치 않든 한국을 대표합니다. 책임감, 사명감 같은 것이 저절로 생겨나죠. 한국에 바라주딘을, 바라주딘에 한국을 알리는 것이 저의 숙명이 아닐까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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