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폐기물 6500t, 필리핀 건너간 과정은
“브로커들은 상품코드를 플라스틱으로 속여 물류업체에 전달하죠. 플라스틱과 다른 이물질들이 섞여 있어도 세관에서 걸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상 불법 쓰레기를 동남아시아로 떠넘기는 셈이죠.” 8년여간 재활용업계에 몸담았던 김상돈씨(가명)는 16일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이 수출품으로 둔갑해 해외로 보내지고 있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필리핀에 불법 수출됐다가 현지 세관에 적발된 폐기물만 6500t에 달했다. 김씨는 “이런 방식으로 불법 수출되는 폐기물이 연간 20만t에 이른다”며 “한 번에 벌크선으로 2만t씩 내보냈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16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방치된 컨테이너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들이 가득 차 있다. 주변 곳곳에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가 뒤섞인 폐기물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현장을 함께 찾은 업계 관계자는 “수출을 하려다가 실패한 컨테이너들이 방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12/16/SSI_20181216181018_O2.jpg)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6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방치된 컨테이너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들이 가득 차 있다. 주변 곳곳에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가 뒤섞인 폐기물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현장을 함께 찾은 업계 관계자는 “수출을 하려다가 실패한 컨테이너들이 방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12/16/SSI_20181216181018.jpg)
16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방치된 컨테이너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들이 가득 차 있다. 주변 곳곳에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가 뒤섞인 폐기물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현장을 함께 찾은 업계 관계자는 “수출을 하려다가 실패한 컨테이너들이 방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한국의 재활용 폐기물처리 시장은 ‘흑자’가 나야 생존할 수 있는 민간 영역이다. 폐기물관리법 제14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일반 생활폐기물과 달리 분리 배출되는 재활용품들은 민간업체가 수거해 선별업체에서 분류하고 재활용업체에서 다시 제품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선별 후 나온 잔재 폐기물’이다. 잔재 폐기물은 선별업체들이 재활용할 수 있는 폐기물을 골라내고 남은 것을 의미한다. 전체 수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용할 수 없으니 처리하는 게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선별업체들은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재활용업체에 넘긴 실적을 바탕으로 환경부 산하 법인인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서 보조금을 받지만 잔재 폐기물 처리에 대한 보조금은 없다. 결국 잔재 폐기물은 선별업체의 ‘혹’으로 남게 되는 셈이다.
![산처럼 쌓인 폐기물 더미. 폐기물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게 퍼져 있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12/17/SSI_20181217075604_O2.jpg)
![산처럼 쌓인 폐기물 더미. 폐기물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게 퍼져 있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12/17/SSI_20181217075604.jpg)
산처럼 쌓인 폐기물 더미. 폐기물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게 퍼져 있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의 해외 수출에는 먹이사슬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수출품에 대한 통관 조사가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제도적 맹점도 악용하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폐기물을 해외로 빼돌리는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홍 소장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민간 선별업체에 접근해 12만원 정도의 처리 비용을 제시하고 선별 후 잔재 폐기물을 수거해 간다. 브로커는 몇 단계를 거쳐 화주를 대신해 수출 업무를 처리하는 ‘포워딩 업체’로 보낸다.
![쓰레기 산은 컨테이너에 가려 멀리서는 알아보기 어렵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12/17/SSI_20181217075642_O2.jpg)
![쓰레기 산은 컨테이너에 가려 멀리서는 알아보기 어렵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12/17/SSI_20181217075642.jpg)
쓰레기 산은 컨테이너에 가려 멀리서는 알아보기 어렵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브로커들이 잔재 폐기물을 수출할 수 있는 것은 환경부에 폐기물을 수출 신고하는 과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신고증명서를 제출하고 조건을 갖추면 수출 허가가 나온다”면서 “현장 확인은 첫 승인 후에만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12/16/SSI_20181216181104_O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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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쓰레기 처리시설이 부족하고 선별업체의 재정 상황이 열악한 것도 불법 수출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지적된다. 홍 소장은 “선별장에서 얼마만큼의 선별 후 잔재 폐기물이 나왔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잔재 폐기물의 양을 허위로 신고하고 나머지는 싼값에 해외로 빼돌리는 게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쓰레기에는 산업페기물, 생활폐기물들이 뒤엉켜 재활용이 불가능해 보였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12/17/SSI_20181217075720_O2.jpg)
![쓰레기에는 산업페기물, 생활폐기물들이 뒤엉켜 재활용이 불가능해 보였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12/17/SSI_20181217075720.jpg)
쓰레기에는 산업페기물, 생활폐기물들이 뒤엉켜 재활용이 불가능해 보였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그러나 내용물이 폐기물이라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물건을 인수하면 오히려 처리 비용까지 떠안게 돼 피해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동남아 국가 세관의 검사가 강화되면서 폐기물이 발각돼 컨테이너가 통관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적발된 한국발(發) 폐기물 사태가 대표적이다. 결국 포워딩업체는 물건 값도 받지 못하고, 수출한 현지에서 폐기물까지 처리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농어촌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폐기물도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12/17/SSI_20181217075756_O2.jpg)
![농어촌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폐기물도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8/12/17/SSI_20181217075756.jpg)
농어촌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폐기물도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폐기물 관리를 총괄하는 환경부는 이런 불법 쓰레기 수출 과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필리핀에 불법 수출하다가 적발된 재활용 업체를 예외적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에 불법 쓰레기 수출이 적발돼 수사를 받고 있는 재활용업체가 매우 드문 경우”라면서 “현재로서는 다른 불법 수출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18-12-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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