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사랑잇기] 노인 자살 위기서 구하는 ‘전화 한 통의 힘’

[독거노인 사랑잇기] 노인 자살 위기서 구하는 ‘전화 한 통의 힘’

입력 2011-05-23 00:00
업데이트 2011-05-2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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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키워 놓으면 뭐해. 고생해서 키워도 결혼하면 그만인데. 혼자 사는 아버지 한번 돌아보기만 해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을 거야.” 경남의 한 농촌에서 생활하는 70대 노인 A씨는 최근 ‘조용한 죽음’을 생각해봤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당뇨병과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데다 자식들이 돌보지 않아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워서였다. 그는 “병든 몸으로 밥도 하고, 옷도 빨아 입으며 근근이 살고 있지만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다.”고 호소했다.

의학계에 따르면 자살을 시도하는 노인의 상당수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전에 ‘자살 징후’를 드러내 보인다. 여전히 암울한 상황임에도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한다든가 “나 없으면 재산을 이렇게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는 사례 등이 한 예다. 따라서 노인의 자살을 미리 막으려면 주변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남궁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범인은 반드시 증거를 남긴다’는 말처럼 ‘자살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살 징후를 남긴다’는 말도 정신과에서는 불변의 진리로 통한다.”면서 “그만큼 독거노인은 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보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번 자살을 시도해 본 사람은 다시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자살 시도를 막지 못하면 다시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살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따뜻하게 감싸 안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다 처음 실패하면 다시 시도할 확률이 50%, 두 번째 실패하면 재시도 확률이 70%, 세 번째는 90%로 높아진다.

문제는 자살을 시도한 노인을 따뜻하게 감싸주기는커녕 오히려 차가운 눈길로 외면하는 사회 분위기다. 자살을 시도하면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바로 퇴원하는 사례도 많다. 남궁 교수는 “자살을 시도한 뒤에도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곧바로 퇴원한다.”면서 “자살을 막으려고 하지 않고 사안을 덮어두려 하거나 문제를 회피하려는 태도는 비극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살을 이미 시도했거나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에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인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면 타인이 개입할 여지가 크게 줄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살 위험을 낮추려는 예방적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심한 우울감에 빠져 있을 때 ‘전화 한 통’은 큰 힘을 발휘한다. 통화 내용도 중요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대화만 하더라도 자살 충동이 급격히 줄어든다고 조언한다. 남궁 교수는 “알코올 중독자가 매시간 술을 마시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처럼 자살도 순간적인 충동을 억제하면 일정 기간 다시 시도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면서 “노인의 환경을 개선하는 적극적인 자살 예방법도 좋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한 번의 전화 통화로도 노인을 자살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1-05-2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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