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 늙지 않는 솜씨, 익어 가는 손맛

[포토다큐] 늙지 않는 솜씨, 익어 가는 손맛

오장환 기자
입력 2019-10-03 17:38
수정 2019-10-04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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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면목동 재래식국수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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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재래식 국수공장을 운영 중인 이분임씨가 60년 된 재래식 제면기를 이용해 국수를 뽑고 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재래식 국수공장을 운영 중인 이분임씨가 60년 된 재래식 제면기를 이용해 국수를 뽑고 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 서울 중랑구 면목동 용마산역 1번 출구 앞 골목길 한켠에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다. 제면기 소리와 반죽 치는 소리가 가득한 이곳은 요즘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마지막 남은 재래식 국수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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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이분임 부부가 건조된 면 앞에 서 있다.
이광희, 이분임 부부가 건조된 면 앞에 서 있다.
1960년에 문을 연 이 공장은 80년대 초 이광희(80) 사장과 배우자 이분임(73)씨가 인수한 뒤 40년간 변함없이 운영되고 있다. 15평 남짓 좁은 공장 한편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재래식 국수 기계가 놓여 있다. 한때 3남매가 동거동락했던 골방은 창고로 변했다. 이 좁은 공간에서 생산되는 재래식 국수 맛은 세월이 흘러도 40년째 변함이 없다. 시중 국수 가격보다 비싸지만 한번 맛본 손님들은 계속해서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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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반죽을 넣을 수 있는 설비에서 반죽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수는 이곳에서 시작된다.
물 반죽을 넣을 수 있는 설비에서 반죽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수는 이곳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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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국수를 같은 길이로 자르기 위해 칼을 사용해 길이를 재고 있다. 오랜 세월이 빚어낸 그만의 노하우다.
마른 국수를 같은 길이로 자르기 위해 칼을 사용해 길이를 재고 있다. 오랜 세월이 빚어낸 그만의 노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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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맞은 길이로 자른 국수를 신문지로 포장하고 있다. 포장의 마무리는 과거부터 써 오던 물풀을 이용한다.
알맞은 길이로 자른 국수를 신문지로 포장하고 있다. 포장의 마무리는 과거부터 써 오던 물풀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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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진 국수를 저울을 이용해 무게를 재고 있다. 저울도, 가위도 낡았지만 오랜 날것의 맛이 느껴진다.
잘라진 국수를 저울을 이용해 무게를 재고 있다. 저울도, 가위도 낡았지만 오랜 날것의 맛이 느껴진다.
이른 새벽부터 노부부가 밀가루 소금물 반죽 작업을 마치고 재래식 기계로 국수를 뽑아 내는 시간은 대략 오전 7시부터 9시 사이다. 이렇게 뽑아낸 국수 가락은 가게 앞, 골목 곳곳에 대여섯 시간을 널어 완전히 건조시킨다. 바싹 마른 국수 가닥을 칼로 길이를 맞춘 다음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한 묶음당 1.75㎏씩 무게를 맞춰 소박하게 신문지에 말아 판매한다.

단골손님들은 이 국수가 자연 바람으로 말린 까닭에 시중의 국수보다 차지고 맛이 더 좋다고 평가한다. 노부부는 “건강을 챙기셔야 한다”는 자녀들의 만류가 심해 한때 장사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단골손님들의 칭찬을 생각하며 아픈 몸을 이끌고 새벽부터 국수를 뽑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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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공장 한켠에 걸려 있는 판매 가격.
국수 공장 한켠에 걸려 있는 판매 가격.
노부부는 “가루 반죽부터 건조까지 자동으로 이뤄지는 첨단 기계식으로 설비를 바꿀까도 생각했다”며 말문을 연 뒤 “60년째 돌아가는 재래식 국수 기계를 포함해 마지막으로 남은 재래식 국수 공장을 없애버리기엔 지난 40년 동안 운영했던 세월들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노부부는 “자녀들도 인수를 하지 않는다 하고, 인수할 사람도 없다”며 “우리가 국수를 뽑아 낼 수 있는 힘이 있을 때까지 계속 운영할 것”이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고소한 밀가루 반죽 향이 풍기는 면목동 골목길. 우리 시대 마지막 남은 60년 전통 재래식 국수공장엔 오늘도 노부부가 환한 미소로 손님들을 맞는다. 어른들에겐 어릴 적 추억을, 젊은 사람들에겐 ‘복고’ 국수공장의 아련한 체취를 선사하는 노부부에게 박수를 보낸다.

글 사진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2019-10-0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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