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부르는 6월의 밀밭길

반포나루 폭 넓은 한강 한편에 보일 듯 말 듯
비켜 자리잡은 서래섬.
5월 화려한 노란 유채꽃이 공원 산책길 나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이
누렇게 변한 6월 밀밭이 어느새 화려함이
사라진 유채꽃을 대신해 산책길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시원한 강바람에 일렁이는 밀밭 바람결이 흐려진 어린 시절 추억의 편린을 또렷하게 한다.
하굣길 숨바꼭질에서 키 큰 밀밭으로 들어갔다가 개구쟁이들 눈길을 피해 숨어 있던 장끼의 날갯짓에 놀라 자빠져 놀림감이 됐었던 기억,
밀밭 속에 우리만의 비밀 공간 ‘아지트’를
마련했다가 쓰러뜨린 밀 때문에 혼쭐났던 기억,
틈만 나면 어른들 눈을 피해 밀밭에
들어가 노는 아이들에게 애들 ‘고추’만 따 먹는 ‘망태할아버지’가 밀밭에 산다는 황당한 말로 겁 주던 언덕 위 외딴집 아저씨도 저 기억 속에 묻혀 있다.

옛 시인의 노래같이 남도 삼백리를 출발하는
반포나루 건너 밀밭이 있어 그곳에 서서 나그네의 심정으로 둘러본다.
추억이 곳곳에 남아 있는 밀밭길엔 여전히
이름 모를 꽃도 피고 나비도 날지만 추억 속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어 강 건너 빈 하늘이 허전하다.
엊그저께 톱스타 커플의 밀밭 결혼식이 화제다.
밀밭이 한창 예쁜 계절에 이뤄져 더 극적인 행복 스토리를 전한다.
밀밭에서의 ‘사랑의 맹세’는 더없이 낭만적이다.
이렇게 밀밭길 추억은 오늘도 차곡차곡 쌓여 간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2015-06-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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