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7] 종교라는 이름의 님비(NIMBY)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7] 종교라는 이름의 님비(NIMBY)

김성호 기자
입력 2016-04-08 11:46
수정 2016-04-0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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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라는 이름의 님비(NIMBY)

 최근 이슬람 생활 양식인 할랄(halal)이 국내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3~4년 전부터 이태원을 비롯한 음식거리에 할랄식당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더니 화장품같은 생활용품과 여행 영역으로까지 몰아치고 있다. 심지어 대학가에선 기숙사에 무슬림을 위한 전용 기도실이 설치되고 구내 식당에선 할랄 푸드를 팔거나 조리해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신성장 동력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산업계에선 할랄의 바람이 들불처럼 휘몰아치고 있다. 할랄 화장품 전문기업인 (주)대덕랩코가 최근 국내 최초로 터키 할랄 인증 화장품을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대세 할랄’을 따라잡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당국은 올해 상반기중 할랄식품 수출지원센터를 설치해 국내 농식품 수출기업의 할랄식품 시장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6월 할랄식품 수출확대 대책을 수립해 한국형 할랄 인증표준 제정까지 마쳤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엊그제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의 무슬림협회·식약청과 함께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할랄 푸드 전문 식당. 최근 국내에 무슬림(이슬람신자)과 이슬람권 관광객이 늘면서 할랄 푸드를 파는 음식점들이 부쩍 늘고있다. 서울신문 DB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할랄 푸드 전문 식당. 최근 국내에 무슬림(이슬람신자)과 이슬람권 관광객이 늘면서 할랄 푸드를 파는 음식점들이 부쩍 늘고있다. 서울신문 DB
 아랍어로 ‘허용할 수 있는’의 뜻을 가진 할랄은 이슬람율법 샤리아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쓰도록 인정된 모든 것의 총칭이다. 무슬림에게 허용된 할랄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는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전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증가추세에 있는 이슬람 확대와 무슬림(이슬람신자)의 대거 유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내 무슬림 수는 10만에서 많게는 20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를 비롯한 이슬람 관련 단체들은 신도 수를 밝히길 꺼려하면서도 “전례없이 부쩍 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한다. 한국을 찾는 무슬림도 지난해 74만 명에서 올해 8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광공사는 내다보고 있다. 최근의 ‘할랄 대세’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수요와 공급의 절충에서 벗어나 있지 않은 것이다.ㅣ

 그런데 한국의 개신교는 유독 할랄 열풍을 반기지 않는 눈치다. 일부 진보적 교단을 빼곤 공개적으로 할랄 열풍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형국이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비롯한 개신교계 연합체들은 한결같이 차별금지법안 저지및 동성애 불허와 함께 이슬람 확산 저지를 최고의 현안으로 삼고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정부가 올해 말까지 전북 익산에 세울 예정인 국가식품클러스터 안에 할랄식품 단지 조성을 정부가 추진중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도 개신교계였다.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클러스터내에 5500억원을 들여 만들 할랄단지 기업들에 대한 무상 임대를 비롯해 무슬림 고용지원금 제공, 무슬림용 시설 신축, 무슬림 고용 의무 같은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농식품부가 나서 “확정된 바 없고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개신교계가 할랄 열풍에 대해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반갑지 않은 내색’의 명분은 대체로 종교 분열과 테러의 위험성이다. 극악스러운 폭력과 테러로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는 이슬람국가(IS)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입장들이다. ‘위험한 무슬림’의 국내 유입이 늘면서 테러와 분열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어 개신교계가 앞장 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룬다. 그 주장도 영 어긋난 건 아닐 것이다. 실제로 IS가 공격 대상으로 한국을 일찌감치 지정해놓고 있고 IS 가입을 위해 출국하거나 준비중 포착된 한국의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개신교계의 ‘마뜩치 않은 할랄’은 IS 배후가 될 것이란 추정과 테러 다발의 우려만으론 충분히 납득키 어렵다는게 일반의 시각인 것 같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식의 앞선 걱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본질의 왜곡’이란 시선이 적지않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슬람-기독교의 충돌과 개신교 교세 위축이 큰 이유로 들먹거려진다. ‘다름이 아니라 차이일 뿐이다.’ 아주 평범한 명제이다. 다름은 인정하되 배척해야 할 대상은 아니지 않은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비롯한 진보적 교단 연합체가 최근 기독교계의 ‘전통적 혐오 대상’인 동성애자들을 인정하고 포용하자며 전향적 입장을 보여 주목된다. 물론 대부분의 보수 교단들은 그 역전의 움직임에 정색하고 반발한다. 기독교 교리를 팽개친 ‘이단의 역행’으로까지 몰아세운다. 하지만 ‘다름마저도 사랑하자.’는 종교 본연의 관용과 포용이란 측면에서 개신교계의 ‘마뜩치 않은 할랄’이 자꾸 도마에 오름은 분명 배타의 편협이란 지적에서 비켜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2014년 8월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정을 마치고 출국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국의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일일이 눈을 맞췄다. 그리고 또렷한 어조로 짤막하게 이런 당부를 남겼다. “삶이라는 것은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형제들로 서로 인정하고 함께 걸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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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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