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보다 항상 몸집 크다고? 동물의 세계에선 거짓말! [달콤한 사이언스]

남자가 여자보다 항상 몸집 크다고? 동물의 세계에선 거짓말!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4-03-13 03:50
수정 2024-03-13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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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케냐 평원을 돌아다니는 암수 오릭스의 모습. 대부분의 소는 수컷이 암컷보다 몸집이 크지만 오릭스는 수컷과 암컷의 크기가 비슷하고 둘 다 뿔을 갖고 있다.  카이아 톰백 박사 제공
아프리카 케냐 평원을 돌아다니는 암수 오릭스의 모습. 대부분의 소는 수컷이 암컷보다 몸집이 크지만 오릭스는 수컷과 암컷의 크기가 비슷하고 둘 다 뿔을 갖고 있다.

카이아 톰백 박사 제공
초등학교 때까지는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키가 큰 경우가 많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역전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수컷이 암컷보다 덩치가 큰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인간을 떠나 동물의 세계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재미있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시립대 인류학과, 프린스턴대 생태·진화 생물학과 공동 연구팀은 포유류의 경우 수컷이 암컷보다 덩치가 크다는 기존 연구 결과는 실제와 다르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 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3월 13일 자에 실렸다.

포유류에서 같은 종의 암수 간 신체적 크기 차이는 짝짓기를 위한 경쟁과 부모가 자식에게 투자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수컷 사지와 개코원숭이는 짝을 얻기 위해 서로 신체적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몸집이 커지고, 암컷 토끼는 짝짓기 시즌마다 새끼를 여러 마리를 낳아야 해서 수컷보다 덩치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수컷과 암컷의 크기가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포유류는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실제로 야생 포유류들도 수컷이 암컷보다 덩치가 큰가에 관한 연구에 나섰다. 연구팀은 야생에 서식하는 429종의 포유류 수컷과 암컷의 체질량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 수컷이 암컷보다 크지 않고, 많은 종에서 암수 모두 같은 크기로 나타났다. 북방코끼리물범은 수컷이 암컷보다 3배 컸고, 반도뿔박쥐는 암컷이 수컷보다 1.4배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지만 여우원숭이, 황금두더쥐, 말, 얼룩말, 마다가스카르고슴도치붙이 같은 대부분 포유류의 암컷과 수컷의 몸집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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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한 동굴 천정에 붙어 있는 박쥐 무리. 박쥐는 설치류와 마찬가지로 절반 이상의 종에서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가 크다.  카이아 톰백 박사 제공
멕시코 한 동굴 천정에 붙어 있는 박쥐 무리. 박쥐는 설치류와 마찬가지로 절반 이상의 종에서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가 크다.

카이아 톰백 박사 제공
연구팀은 ‘포유류의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는 편견은 수컷이 더 크고 카리스마가 있고 핵심적 역할을 하는 종을 연구하거나 영장류나 물개처럼 수컷의 짝짓기 경쟁에 관한 연구가 편향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포유류 종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설치류와 박쥐의 종에서는 암수 간 크기 차이가 별로 없으며, 박쥐의 경우는 종의 절반 이상에서 암컷이 더 크다.

연구를 이끈 카이아 톰백 뉴욕시티대 박사(진화 여성 생물학)는 “정확한 관찰 분석 없이 작성된 한 세기 전 과학 문헌들이 생태계에서 암컷이 수컷보다 작다는 편견과 오해를 계속 이어지게 했다”라면서 “포유류 신체 크기에 대한 더 많은 자료를 수집해 분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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