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서청원 유승민 등 다각적 접촉하며 중재안 시도 ‘사퇴 불가피’에 힘실으면 비박계 반발’순망치한’ 우려도’사퇴 불가’로 기울면 당청 파국, 지도체제 붕괴 배제못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해 청와대와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사퇴론’ 볼륨을 높이면서 김무성 대표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현재로선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두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유 원내대표 문제 뿐만 아니라 꼬일 대로 꼬인 당·청간, 당내 계파간 갈등 국면을 풀 수 있는 핵심인사는 김 대표라는게 대체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는 김 대표 자신의 문제와도 깊숙이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로선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청와대와 친박계는 물론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친유승민 세력’도 김 대표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형국이 전개되고 있다.
김 대표의 선택이 유 원내대표 개인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운명을 좌우할 ‘거부권 정국’의 ‘게임 체인저(정국의 흐름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변수)’로 주목받는 상황이 됐다.
김 대표로선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다방면으로 당내외 의견을 수렴하면서 법정에 선 솔로몬의 심정으로 ‘묘책’을 찾기 위해 장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28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김 대표가) 당·청 관계는 물론 내일 평택에서 열리는 현장 최고위원회의 문제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사안에 대해 전화 통화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며 “(양측의 대립을) 누그러트리고 해소하려는 노력은 좀 하는데, 상당히 난감해하는 분위기가 읽힌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오는 29일 당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보고 의원총회 소집 요구 등 ‘집단행동’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친박계 의원들의 동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당청관계를 복원하고 유 원내대표도 살릴 수 있는 중재안을 찾기 위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서청원 최고위원, 유 원내대표 등 이른바 ‘핵심 관련 인사’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대표로선 어떤 선택을 하든 모두가 만족하는 답을 내놓는 게 쉽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난감해하고 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김 대표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기울 경우 ‘유승민 사퇴론’에 무게가 실리면서 김 대표로선 비박계 의원들로부터 적지 않은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자신도 유 원내대표와 함께 비박계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게 되면 자칫 자신의 정치적 위상도 위협받는 ‘순망치한’의 형국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김 대표 측 인사들은 친박계가 우선은 유 원내대표를 겨냥하고 있지만 김 대표가 최종타깃이 될 수 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반대로 유 원내대표를 감싸고 나설 경우도 김 대표에게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공동 운명체’인 대통령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모양새가 된다. 친박계 의원들의 거센 공격은 불을 보듯 뻔하고, 최악의 경우 박 대통령이 탈당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선 서청원·이인제·이정현 등 이번 사태에서 박 대통령과 인식을 함께하는 최고위원들이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고리로 최고위원직을 내놓으면서 지도부 붕괴를 유도할 경우 김 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최고위원들이 다 사퇴하고 조기 전당대회로 가게 되면 당은 친 박과 비박의 싸움으로 만신창이가 된다”며 “그건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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